사상 초유의 연 1.75%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예금, 대출, 투자 등 금융생활 전반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 예금에는 바랄 것이 없다며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 상품을 선택한다. 이미 거액의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 시책에 따라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하염없이 내려가는 기준금리를 바라보며 속이 쓰리다.
◇2%대 주택담보대출, 1%대 예·적금 봇물=15일 금융권에 따르면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외환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6일부터 최고 연 2.99%로 내려가게 된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국고채 금리와 연동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통상 국고채 금리의 변동은 다음날 주택대출 금리에 반영된다. 외환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람은 신용이 불량하지 않은 한 대부분 연 2%대의 대출금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하나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3년 후 변동금리 전환)은 최저금리가 연 2.9%까지 내려왔으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2.95%까지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2.98%까지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연 2.88%까지 떨어졌고, 인터넷 대출상품인 ‘아이터치 아파트론’의 금리는 이보다 더 낮은 연 2.68%까지 내렸다.
오는 24일부터 각 은행에서 출시되는 연 2%대 안심전환대출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장기 분할상환형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타기 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는 이 상품의 금리는 당초 연 2.8∼2.9%로 예고됐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이 상품의 금리도 연 2% 중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금융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예금금리는 더욱 낮아지면서 연 1%대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1%대 물가상승률과 만기에 붙는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남는 게 없는 지경이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배 아파=정부 권고대로 고정금리로 빚을 냈던 대출자들은 속이 쓰리다. 2011년부터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을 권장하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려가 결국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 또는 신규로 대출을 받을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을 새로 받은 뒤 1∼2년 정도 지난 대출자들은 대출 기간에 따라 적지 않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해 싼 금리 대출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
정부가 얼마 전에 내놓은 2%대 대출상품은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속을 더 상하게 한다. 변동금리 대출과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최근 금리 하락과 더불어 정책 혜택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이중으로 손실을 입는 격이 됐다.
더구나 고정금리라고 알려진 대출이 대부분 혼합형 대출이라 장래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대출은 3∼5년간 고정금리를 유지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고정금리 기간에는 그동안의 금리 인하 혜택은 누리지도 못한 채 변동금리로 전환된 뒤 앞으로의 금리 상승 위험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애초 정책 도입 취지와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자도 싼데 부동산?=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려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단기적으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거래가 늘면서 인기지역은 아파트 값이 눈에 띄게 상승했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도 오를 만큼 올랐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부동산에 뛰어들 게 아니라 본인의 자금 여력과 투자 성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접근하라고 권고한다. 다만 월세 부담을 안고 있거나 전세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내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
연 2.9% 대출상품의 경우 2억원을 빌렸을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매월 48만3000원 정도다. 50만원 월세를 부담하는 세입자의 경우 2억원을 대출해 집을 사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곧 다가올 금리 상승기엔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상환 여력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연 2.9%인 금리가 5.8%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매월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두 배인 96만6000원이 된다.
2∼3년 뒤 주택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대출 비중을 집값의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처럼 목돈이 부족한 경우엔 신규 분양을 받는 게 좋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저금리… 바뀌는 금융생활] 2%대 주택담보대출 속출… 고정금리 대출자 “속쓰리네”
입력 2015-03-1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