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권오준 회장 체제 출범 1년이 막 넘은 시점에 검찰발 사정이라는 외풍에 휩싸였다. 포스코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회장 이하 경영진이 외압 논란을 겪으면서 대거 교체됐고, 교체 때마다 검찰수사와 세무조사설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의 포스코 관련 수사는 주로 전임 회장인 정준양 회장 시절 의혹에 집중되는 양상이지만, 다시 시작된 외풍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되풀이되는 포스코 잔혹사=포스코는 초대 박태준 회장을 시작으로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대부분의 CEO들이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고 박태준 회장은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대선 직후인 1992년 말 회장직에서 퇴진해 일본 망명길에 올랐다. 박 회장 이후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회장 등이 취임했으나 역시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 출범 한 달 뒤인 1998년 3월 취임한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정부 출범 한 달 만인 2003년 3월 자진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회장에 이어 취임한 이구택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만인 2009년 임기 1년을 남기고 중도 퇴임했다. 당시 이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고, 하청업체들의 납품비리와 금품로비설도 난무했다.
이 회장의 바통을 넘겨받은 정준양 회장도 일단 연임에 성공했으나 2013년 11월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시점에서 사퇴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 만의 낙마였는데, 사퇴 2개월 전 세무 당국은 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부담 커진 ‘권오준호’=전 세계적인 철강산업 불경기 탓도 있지만,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시절부터 각종 영업지표들이 상당히 악화됐다. 2010년 5조5441억원이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2년 만인 2012년 3조6531억원으로 추락했다. 20%대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 역시 급속히 하락해 2012년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정 회장 취임 당시 36개였던 계열사는 2012년 71개까지 늘었다. 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도 동반 상승했다. 무리한 외형 확장이 재무구조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받았다.
정 회장의 뒤를 이은 권오준 현 회장은 2013년 말 취임 직후부터 철강 본원경쟁력을 강조하며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그 결과 70여개에 달했던 계열사는 지난해 연말 기준 47개로 줄었다. 부채비율 역시 2009년 54.5%에서 2011년 92.4%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말 기준 80%대로 하락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지난해부터 지분매각 등 총 30건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11건을 정리했으며,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설정한 방향성은 맞았지만, 포스코의 누적된 문제점을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부패 청산 나선 정부] ‘포스코 잔혹사’ 정권 바뀔 때마다 부침 반복… 끊임 없는 외압 논란
입력 2015-03-16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