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월의 눈’ 부부 역할 신구·손숙… 손숙 “성실한 신구씨 3일 만에 대본 다 외워”

입력 2015-03-16 02:19
연극 ‘3월의 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신구(사진 왼쪽)와 손숙. 두 사람은 80대 노부부 장오와 이순 역을 맡아 울림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원로배우 신구(79)와 손숙(71)이 올해 국립극단의 개막작 ‘3월의 눈’(3월 13∼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1년 초연된 이 작품은 원래 한국연극사의 산증인인 원로배우 백성희(90)와 장민호(1924∼2012)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기념해 두 배우에게 헌정된 것으로 유명하다. 노부부 장오와 이순이 오랫동안 살아온 한옥을 떠나기 직전 모습을 담담하게 담았으며, 이듬해 장민호가 타계하면서 연극계에서 한층 특별한 의미를 띠게 됐다. 장민호 타계 이후에도 백성희가 박근형, 변희봉, 오영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2013년까지 꾸준히 공연됐다. 2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극장도 바뀐 데다 배우도 새롭게 캐스팅했다.

신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민호 선생님이 출연했던 초연부터 공연될 때마다 이 작품을 전부 봤다”면서 “역사적인 이 작품의 역사에 내가 참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손숙은 “백성희 선생님이 이번 공연을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면서 “앞으로 힘이 닿을 때까지 이 작품을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고 밝혔다.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두 배우는 원래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둘은 1970년대 국립극단 단원 시절을 함께 보낸 바 있다. 1971년 국립극단 연극 ‘달집’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2009년 39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의 연극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재회했다. 그리고 2013년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극중 부부의 인연을 맺은 뒤 이번에 ‘3월의 눈’에서도 또다시 부부로 나온다. 먼저 캐스팅된 손숙이 신구를 강력 추천했고, 신구 역시 바로 응했다는 후문이다.

손숙은 “신구씨는 워낙 성실한 배우로 유명하다”면서 “이번 작품에서도 첫 번째 대본 리딩을 하고 3일 뒤 첫 연습 때 대본을 다 외워 와서 깜짝 놀랐다”고 감탄했다. 이에 대해 신구는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 촬영 때문에 10일간 연습에 동참할 수 없었다”면서 “나 때문에 작품에 피해가 가면 안 되기 때문에 대본이라도 먼저 외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처음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는 남편이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다. 반면 ‘3월의 눈’에서는 아내가 먼저 타계하고 홀로 남은 남편이 쓸쓸한 말년을 보낸다. 신구는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죽음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괴롭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되도록이면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숙은 “‘3월의 눈’에서 장오는 하나뿐인 혈육인 며느리와 손자를 위해 남은 재산인 집까지 처분하고 홀로 요양원에 간다”면서 “나나 신구씨는 자식을 위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말한 적이 있다”고 웃었다.

50년 넘게 연기를 해온 원로배우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드러냈다. 손숙은 “배우는 나이를 먹어도 연출가가 선택해주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늘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장민호 백성희 선생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신구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