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 “계좌 노출됐다” 독거노인만 노려

입력 2015-03-16 02:46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에서 혼자 살던 전모(70·여)씨 집에 남모(20)씨 등 젊은 남성 4명이 찾아왔다. 자신들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밝히면서 사진과 금감원 로고가 새겨진 신분증을 내밀었다. 전씨는 불과 몇 시간 전에 “계좌 정보가 노출됐다. 빨리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집에 돌아가 기다리라. 금감원 직원이 찾아가 안전한 계좌에 입금되도록 도와주겠다”는 전화를 받은 참이었다.

전씨는 은행에서 찾아온 6900만원을 의심 없이 건넸다. 남씨는 안전한 계좌의 현금카드라며 전씨에게 카드 한 장을 줬다. 그러나 은행에 확인해보니 이 카드는 아무 쓸모없는 가짜 현금카드였다. 전씨는 그제야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방문책 남씨와 총책 안모(27)씨 등 8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이런 수법으로 6명을 속여 모두 2억565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남씨 등 일당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피해자 모집책, 방문책 등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다. 철저하게 독거노인만 노렸다. ‘은행계좌 정보가 노출됐다’고 전화를 걸어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집에 보관하게 한 뒤 직접 집을 방문해 돈을 챙겼다.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