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에 국내 첫 ‘노숙인 도서관’ 문 열다

입력 2015-03-16 02:16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의 남성 노숙인 시설 ‘은평의마을’에 인문도서관이 생겼다. 두 개 층을 합해 330㎡(100평) 규모로 만들어진 이 도서관 이름은 ‘웃고 얘기하는 곳’이라는 뜻의 ‘소담재(笑談齋)’로 국내 최초로 등장한 노숙인을 위한 도서관이다.

시설 측에 도서관 설립을 제안하고 기획한 이는 인문학자 김경집(56·사진)씨다. 그는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의 시민인문강좌지원사업에 공모해 노숙인 대상 인문학 프로그램인 ‘사랑과 치유의 인문대학’ 강좌를 진행했다. 1000명이 넘는 시설 생활인 가운데 51명이 등록해 거의 대다수가 13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마쳤다.

당시 인문대학장을 맡았던 김씨는 노숙인들의 호응에 놀라 도서관을 지어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총장,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 숭실대도서관 박영철 팀장 등과 건립을 추진했다. 시설 측에서도 안 쓰는 공간을 정돈해 도서관 자리로 제공했다.

도서관 개관식에는 시설에 거주하는 노숙인 60여명이 참석했다. 장서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제공한 1200권으로 시작하고 분기별로 1000권씩 추가할 예정이다. 도서관 관리는 노숙인들이 맡는다. 서울도서관에서 사서 교육을 해주기로 했다.

김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문서를 통한 노숙인 치유와 자활은 물론 도서관을 매개로 지역주민들과 노숙인들이 만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서울역이나 영등포역 같은 노숙인 밀집 지역에도 노숙인 도서관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