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논리를 전 세계 학술·문화계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 온 일본 사사카와재단의 미국법인 ‘사사카와평화재단 USA’가 싱크탱크로의 변신을 추진 중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사사카와평화재단 USA는 현재 3명인 연구인력을 올해부터 대폭 늘리는 한편 미 의회 근무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도 지난해에 이어 충원할 계획이다. 사사카와재단은 일본 최대 공익법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용의자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했다. 현재 사사카와재단 USA의 이사장은 데니스 블레어로 미국 정부 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역임한 ‘거물’이다.
워싱턴DC 내 일본의 움직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그동안 이 재단이 연구 프로젝트의 주제를 선정해 다른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거나 미·일 관계 등에 관한 콘퍼런스를 후원해 왔지만 이젠 직접 조사·연구기능도 갖추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사실상 워싱턴DC의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 전문 싱크탱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법인은 일본 사사카와재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데, 이 정도의 자금이라면 다른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거나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것보다 직접 자신들이 인력을 모아 연구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사카와재단 미국법인은 이미 지난해 의회 로비와 정책개발 능력 강화를 위해 미 의회 보좌관 경험이 있는 인력을 여러 명 충원한 바 있다.
다른 관계자는 “사사카와재단이 지난해 5월 미국을 대표하는 안보통인 블레어 전 DNI 국장을 영입할 때부터 자체 연구기능을 갖춘 싱크탱크로 발전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의 국익에 부합하는 주장과 논리를 미 주류사회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민간 비영리법인인 사사카와재단의 싱크탱크 변신 움직임은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정부의 미국 내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 강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13일 워싱턴DC의 조지타운대와 매사추세츠주의 MIT 공대, 뉴욕 컬럼비아대에 각각 500만 달러를 일본학 연구자금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공자학원’을 앞세운 중국의 공공외교 공세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국 학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전쟁범죄와 군대 위안부 등 과거사를 ‘세탁’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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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과거사 세탁 지원?… 극우 재단, 美서 ‘싱크탱크’ 추진
입력 2015-03-16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