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공론화’ 갈등] 한반도 담당 차관보 같은 시기에 이례적 방한… 美·中 ‘사드 외교전’

입력 2015-03-16 02:56 수정 2015-03-16 09:25
미·중의 한반도 담당 차관보가 동시에 방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남한 배치 등을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게 됐다. 세계 양강인 미국과 중국이 같은 시기에 고위 관리를 서울에 파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반도 사안’이 미·중에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먼저 한국을 찾은 쪽은 중국이다.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가 15일 방한해 18일까지 머물며 우리 외교부 당국자들을 면담한다. 하루 뒤에는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서울에 와 17일까지 외교부 당국자들과 협의를 갖기로 돼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한반도 관련 업무를 맡아온 류 부장조리는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 입장을 재차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여당에서 사드 배치 공론화 움직임이 나타나는 데 대한 중국의 민감한 반응으로 여겨진다.

반면 러셀 차관보는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진전된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주한미군 전력 강화와 북한 견제 필요성 등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함을 설파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한·미는 이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두 미·중 관리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IIB)에 대한 한국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류 부장조리는 다시 한번 “AIIB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이달 말까지 참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중국 입장을 전달하는 모양새로 우리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러셀 차관보는 “한국이 AIIB에 가입하려면 AIIB의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대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이 최근 AIIB에 가입한 영국의 스탠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반응이 상당히 차갑게 나온 것 같았다”며 “이런 문제를 (우리의 AIIB 가입 결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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