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强달러 ‘공습’ 전세계 '공포'… 美 경기 활성화 속 위기감 확산

입력 2015-03-17 02:52

전 세계가 강(强)달러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의 ‘나 홀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달러화의 주요국 통화 대비 상승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각국이 앞 다퉈 금리인하 조치와 ‘돈 풀기’ 경쟁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라도 한다면 그때에는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아시아같이 달러화가 많이 들어와 있는 국가들은 사전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강달러 수년간 지속, 1유로에 80센트 상황도=강달러 흐름은 올 들어 갑자기 생긴 움직임은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지들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경기 활성화와 유럽경제의 전반적 쇠퇴로 달러화와 유로화가 올해 중에 1대 1의 패리티(parity)를 이룰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예고대로 미국은 유가 하락과 셰일오일 붐까지 더해지면서 경기가 더욱 팽창했고,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은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강달러 흐름은 이제 꺾기 어려운 대세가 됐다. 지난해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 원화 등 모든 주요국 통화보다 가치가 상승했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닷컴 붐 이후 처음으로 달러가 모든 통화가치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9일부터 내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약 73조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초대형 추가 양적완화(QE)가 시작되면서 달러의 몸값은 더욱 뛰고 있다. 유럽 이외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0개국 안팎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금리를 인하한 것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겨 왔다. 각국은 향후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강달러를 더욱 강하게 만들며 ‘자금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 미리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판단에서 ‘도미노 금리인상’ 대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달러는 앞으로 몇 년간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게 대체적 의견이다. 달러화는 앞서 1980년대 초반과 1990년대 후반에도 미국의 강한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년간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한 바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 11일 달러화가 2016년 말에는 1유로에 95센트, 2017년 말에는 85센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더 나아가 지난 13일 2017년 말에는 1유로가 80센트에 거래되는 상황도 온다고 내다봤다. 지난 1년간 20% 이상 하락한 유로화 가치가 앞으로 2년간 또 다시 20% 이상 하락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향후 유럽과 다른 나라의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 금리 인상 중국·아시아에 핵폭탄 될 수도=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연준이 6월을 전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왔다.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상 여부 및 시기가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경제가 또 다시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FT는 11일자 보도에서 미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막대한 돈을 싸게 빌려 중국에 투자하던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끌어와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것)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금리인상 전망과 달러화 강세로 중국 내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위안화 약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중국 외환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케빈 라이 다이와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중국에 투자됐던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지난 수년간 중국으로 유입된 달러 캐리트레이드 규모가 2조 달러(약 2200조원)에 이르고 대부분은 환투기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아시아 기업들과 은행들은 올해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달러화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더 지속되면 1998년의 외환위기와 흡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에 들어왔던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미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규모 자본 유출이 가시화되면 각국의 추가 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글로벌 경제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어 미 연준으로서도 금리인상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글로벌 경제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경기도 함께 회복되는 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의 양적완화 조치가 시장에 잘 먹혀 유동성 확대와 이를 통해 경기회복, 환율인상 효과에 따른 수출증가 등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더불어 미 연준도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그래야 미 수출기업들도 타격이 적고 달러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에서 수차례 반복돼온 유동성 완화 조치에도 시장이 회복하지 못했듯 전 세계적인 차원의 유동성 대응의 결과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 완화 조치에도 각국이 회복하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가 또 다시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5년 세계 전망’ 보고서에서 “2015년 세계 경제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가장 힘든(tough)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