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軍 무기체계 미국産 편중 심각] 3軍 중 무기구입 다변화 앞서… ‘핵심’은 여전히 美제품

입력 2015-03-16 03:23 수정 2015-03-16 19:10

우리 해군은 98%가 미국산 제품인 공군과 달리 유럽산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해군 무기체계의 핵심인 함정 전투지휘체계와 요격체계의 중요한 수단인 함대공 미사일 등 무기체계의 근간은 여전히 미국 제품이 주를 이룬다.

세계 최고의 방공망을 갖췄으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때 정확하게 미사일 궤적을 추적했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7500t급)의 두뇌인 전투지휘체계는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제품이다. 전투지휘체계는 60여개 이상의 복잡한 장비로 구성돼 있으며 함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탑재 장비를 운용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북한 비대칭전력 가운데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로 손꼽히는 잠수정·잠수함을 탐색하는 역할을 하는 해상초계기 역시 미국산이다. 이 역시 록히드마틴이 제작했다. 현재 해군이 8대를 운용하고 있는 해상초계기 P-3C와 한국형 P-3CK 8대는 84개의 음탐부표(소노부이)를 갖추고 있으며 전술컴퓨터를 통해 자료정보교환체계(KNTDS)가 구축돼 있어 해군본부와 주요 함대에 실시간 잠수함 탐색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함정을 방어하고 적함이나 적 주요 목표지점을 공격하는 타격체계 역시 미국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함정에서 함정을 공격하는 함대함 미사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하푼’은 미국 보잉이 제작했다. 하푼은 미사일 고속함에서부터 포항급 초계함(1200t급), 울산급 호위함(1900t급), 광개토대왕급 구축함(KDX-I·4000t급)과 이순신급 구축함(KDX-II·5500t급) 등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 대부분에 장착돼 있다. 하푼은 잠대함 미사일로도 활용돼 209급(1200t급) 잠수함 후기형에 탑재돼 있으며 공대함용 미사일은 P-3C에서도 운용하고 있다.

KDX-II와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된 SM-2 스탠더드 함대공 미사일과 KDX-II에 장착된 RIM 7P 시스패로 함대공 미사일은 모두 미국 레이시온이 만들었다. 차기 호위함에 장착된 근접 방어무기 20㎜ 팔랑스 역시 레이시온 제품이다. 지난 2010년 5월 도입한 SM-2 미사일은 1발 가격이 19억원에 달하는 고가 무기지만 결함이 발생해 현재 제작사인 레이시온과 미국정부와 보상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해군과 방사청이 지난 4년간 무려 11차례에 걸쳐 보상 요구를 했지만 미국 측은 대외군사판매(FMS)로 계약한 무기의 결함에 대해서는 보상해준 적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해군 무기체계에는 유럽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잠수함이다.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209급 잠수함 9척과 214급(1800t급) 잠수함 4척은 모두 독일 하데베사가 제작했다. 해군은 1970년대부터 중형 잠수함 획득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해군은 제1, 2차 세계대전 시 잠수함 U보트 공격으로 연합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잠수함 강국인 독일과 접촉해 1987년 209급 1차분 3척을 주문했다. 잠수함은 독일에서 건조됐지만 이후 국내 업체 대우중공업이 조립하는 형태로 조금씩 기술 이전이 돼 3000t급 중형 잠수함은 상당 부분 우리 기술로 건조될 예정이다. 209급 잠수함의 주력 무기는 SUT 중어뢰로 독일 아틀라스 제품이다. 해군이 23대를 보유하고 있는 대잠헬기 링스는 영국제다.

군사 전문가들은 해군 무기체계 가운데 유럽산이 적지 않은 것은 미국 해군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대양해군으로 우리 해군과는 규모가 달라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해군력을 운용하는 전통적 해양강국인 영국 노르웨이 등이 역할 모델로 작용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해군 무기체계의 국산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 대부분의 선체는 우리 기술로 제작한 순수한 한국산이다. 세종대왕함 선체는 한진중공업이 제작했다. 같은 급인 율곡이이함 선체는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했다. 미국 하푼 미사일과 비교해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함 미사일 해성과 경어뢰 청상어는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개발했다. 해군 무기 전문가인 한남대 산업경영공학과 최봉완 교수는 “해군은 무기 도입 다변화를 통해 국내 기술을 차분히 축적해 가고 있지만 주요 핵심 무기들의 국산화 비율을 조금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