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공모 당선작-심사평] ‘침묵의 울림’ 가슴에 다가오는 작품들

입력 2015-03-16 02:47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신춘문예 신앙시 공모에 대한 호응도와 작품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제7회째인 올해에는 지난해의 배에 이르는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1320명의 응모자가 각자 3편씩 제출한 약 4000편을 10명의 예심위원들이 읽고 30편의 후보작으로 압축하는 큰 수고를 했습니다.

본심으로 올라온 후보 작품들을 놓고 유승우 박이도 김소엽 김후란 시인 등 4명의 심사위원들이 지난 10일 연합회 회의실에서 심사를 했습니다. 2차로 고른 작품들은 소리 내어 낭독하면서 논의를 해 만장일치로 선정하는 신중한 심사과정이 있었습니다.

좋은 시는 그 가장자리에 침묵의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했던 봐레리의 표현대로 시의 완성도에는 그 시를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침묵의 울림이 가슴에 다가와야 합니다. 특히 다른 신춘문예와는 성격이 다르게 시로서도 성취도가 있어야 하지만 그 바탕에는 신앙심이 녹아들어 있어 자연스럽게 기독교 정신이 전해져야함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작을 비롯해 응모작 모두 신앙심 위에 아름다운 시의 집을 지었다고 하겠고 국내외에서 작품들을 보내와 이 행사의 뜻과 격을 높여준 점 고맙게 생각합니다.

영예의 대상에는 ‘빈 의자’(이재창)를 선정했습니다. 작품은 읽고나서 어떤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묘한 여운이 있습니다. 현란한 수사나 과장된 표현 없이 깊은 내면의 성숙도가 배어 있습니다. 낡은 빈 의자는 누군가가, 아니 누구든지 고단한 이가 와서 앉기를 기다려줍니다. 삶의 행보가 바쁘고 고달픈 현대인들에게 이리 와서 내 품에 기대라고 두 팔을 벌리고 기다려주시는 그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최우수상의 ‘빨간 담쟁이’(최남규)는 첫 구절부터 읽는 이를 끌어당기어 범상치 않은 작품세계를 연상케 했습니다. ‘안간힘 다 해 옹벽을 기어오르는 저 오체투지의 피투성이 몸짓!’으로 흔한 담쟁이가 이렇듯 도전하는 생의 불길로 살아나면서 뜨거운 신앙심을 일깨워주는 호소력 강한 작품입니다.

우수상의 ‘가을이 눕는 소리’(허미강)는 시적 서정성과 완성도가 돋보인 점이 높이 평가되었고 ‘눈속에 핀 한 달란트’(임용남)는 격조 있는 이야기를 시의 은유법과 반전하는 표현으로 재치 있게 써낸 매력 있는 작품입니다. 위의 작품 모두 주제와 접근방식은 다를지라도 시로서의 완성도와 그 기조에는 기독교 정신의 영험성이 감돌고 있어 올해의 신춘문예 신앙시 수상작으로 선정합니다.

김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