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입력 2015-03-16 02:20

동요 한 구절이 입 안에 맴도는 계절이다. 봄이다. 겨울보다 더 추웠던 꽃샘추위를 뚫고 드디어 우리 곁에 왔다. 나무는 망울망울 순이 돋고, 먼저 피운 꽃들은 더 예쁘고, 새들의 지지배배 지저귐이 명랑하고, 산들은 포슬포슬하게 부풀고, 공기에는 따스한 기운이 감돌고, 햇볕에는 봄 색깔이 묻어난다. 아름답고 생생하고 평화롭다. 모든 일들이 봄처럼 새로 시작하고,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 차고, 무럭무럭 자랄 기대에 가슴이 설레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삶이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 살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 떠나간 아이들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파지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상처를 달랜다. 어쩌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이렇게 낮은가?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되면 뭘 하는가? 불안하고 평안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고 불행한데 말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며 스펙에 매달리는 사람들, 왜 공부하는지 모르면서 24시간 쫓기는 학생들, 언제 잘릴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에 당장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 아이들을 유아원에 보내고 안심할 수 없는 엄마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는지 가늠이 안 되는 사람들, 아이는커녕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버거워서 ‘썸’만 타는 싱글들, 노년층의 빈곤이 무섭지만 준비는커녕 당장 하루하루 살기에 바쁜 사람들, 왜 불행한지도 모르고 불행한 사람들, 어느 누구 얼굴도 밝지 못하다.

하지만, 다시 봄이다. 다시 깨어보자. 움츠러들고 꽁꽁 얼었던 우리의 마음을 다시 녹여보자. 기본을 잃지 말자. 생명의 이치를 잊지 말자. 나 혼자 살아남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생태계가 건강해야 나의 생명력도 커진다. 사회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탐욕, 불공정, 부패, 고정관념, 편견을 깨뜨려보자. 나 자신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음을 믿듯이 우리 사회도 튼튼하게 자랄 수 있음을 믿어 보자.

만물이 깨어나는 이 봄을 각별한 봄으로 만들어보자. 나와 너와 우리가 함께.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