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反부패 칼날’ 장쩌민 일가로 향하다

입력 2015-03-14 03:02
왼쪽부터 장쩌민, 장멘헝(장쩌민 아들), 저우융캉

중국 사정 당국이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경제 수도이자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세력 근거지인 상하이에 대해 고강도 감찰에 나섰다.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태자당 기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칼날이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이어 장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幇·상하이 출신 세력)으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감찰과 사정을 총괄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감찰부가 지난 10일 홈페이지에서 허우카이 상하이 기율위 서기가 기율위 및 순시조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상하이시 10개 정부 기관 및 국유기업들에 대해 전면적인 감찰을 지시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가 12일 보도했다. 허우 서기는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의 측근으로, 왕 서기가 친서를 보내 감찰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서기의 친서는 시 주석이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하이시 대표단 심의 회의에서 “경제발전 과정에서 창조·혁신이 이끄는 발전과 방향을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또한 아주 ‘런싱’(任性·제멋대로) 해서도 안 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정 대상을 가리키는 런싱은 반(反)부패 관련 의제가 비중 있게 다뤄진 이번 양회에서 최고 유행어로 떠올랐다.

상하이시 기율위 순시조의 감찰 대상에는 장 전 주석의 둘째 아들 장멘캉이 관여하고 있는 시 건설관리위원회가 포함돼 있다. 장 전 주석의 큰아들 장멘헝 상하이 과학기술대 총장이 지난 1월 중국과학원 상하이분원 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도 베이징 정가에서는 사정한파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장 총장은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저우빈과도 석유사업 등에서 특혜로 합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시 주석은 부패척결 의지를 내걸고 그간 막강한 권력으로 ‘떡고물’을 챙겨온 상하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저우융캉 전 위원과 함께 상하이방의 핵심 세력으로 꼽히는 쉬차이허우 전 부주석과 상하이 기반 중국 최대 국유 식품기업인 광밍식품의 왕쭝난 전 회장 등이, 지난 1월에는 저우룽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2부 상하이국 국장과 왕강 부국장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후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공청단 핵심인물 링지화 전 통일전선부 부장이 기율위반·부패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양회가 열리기 직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직위를 박탈당했다.

한편 중국 최고 국정 자문기구인 정협은 13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폐막식을 열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양회의 반부패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표들을 위한 기념품, 우대쿠폰, 특산물은 물론 그동안 적잖이 눈에 띄었던 모피와 명품백 등 사치품은 자취를 감췄다. 전인대는 15일 폐막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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