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에 사정(司正) 바람이 불고 있다. 검찰은 13일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선언 하루 만에 '행동'에 들어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이날 "비리 수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국정운영 동력 확보와 기강 확립을 위해 '칼'을 들 때가 됐다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건 정부가 재계의 협조를 재촉하는 '채찍' 성격도 있다. 중점 수사 대상은 주로 전 정부 인사들과 대기업이 될 거란 관측이 많다.
◇포스코건설 100억원대 비자금 의혹+‘α’=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포스코 전·현직 경영진 다수는 출국금지됐다. 이날은 포스코의 정기 주주총회 날이었다.
포스코건설은 동남아 사업담당 임원들이 2009∼2012년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 등에서 현지 하도급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자체 감사를 통해 이 돈이 현지 발주처 리베이트로 지급됐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검찰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자금 일부가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잘못된 관행을 따른 부분이 있지만 다른 목적의 비자금 조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수사는 포스코건설을 넘어 그룹 전반에 대한 비리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포스코 세무조사에서 계열사끼리 매출액을 과다 책정한 혐의를 잡고 검찰에 고발했다. 대표적 ‘MB맨’으로 꼽히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 30여건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하면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검찰이 특수2부 수사인력을 총동원해 10시간 이상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그룹 차원의 비자금 전반을 파헤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베트남 비자금 부분에 한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MB정권 인사, 대기업 비리 조준=정부는 최근 사정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지난 6일 전국검사장회의에 이어 12일 이 총리 담화, 이날 황 장관 지시 등은 연결선상에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대통령 임기 반환점인 올해를 개혁과 경제 살리기의 마지막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국정 동력의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해 부패척결이란 칼을 빼든 것이다.
이명박정부도 집권 3년차인 2010년 ‘공정사회’를 내걸고 고강도 사정작업을 벌였다. 검찰은 그해 한화·태광·C&그룹 등 대기업 수사와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이 총리가 ‘대기업 비자금’을 비롯해 ‘방위사업 비리’와 ‘해외자원개발 관련 범죄’를 대표적 부패 사례로 지목한 만큼 검찰 수사도 이에 집중될 전망이다. 자원외교 관련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모두 취합해 수사한다. 국회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7일 이후 본격 수사에 나설 공산이 크다. 방위사업 비리 수사는 정부합동수사단이 거물 무기중개상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을 체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주로 전 정권 관련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 전·현 정권의 갈등이 첨예해질 수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칼에는 눈이 없다. 어떤 사건으로, 누가 걸려들지는 검찰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지호일 이경원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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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출국금지… ‘司正 칼날’재계 압박
입력 2015-03-14 02:10 수정 2015-03-14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