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中 주도 AIIB 참여 선언… 美 “사전 조율도 없이…” 당혹

입력 2015-03-14 02:35
영국이 G7(주요 7개국)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하자 그간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온 ‘맹방’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호주도 AIIB 참여를 고려하겠다고 밝혀 AIIB 설립이 탄력을 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재무부가 AIIB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수십년간 서방 세계의 근간으로 작용해 온 영미 간 ‘특수 관계’에 보기 드문 단절을 가져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영국이 G7 서방국 중 처음으로 AIIB 멤버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서 영국 기업에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얻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 역시 “영국의 결정을 환영하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영국은 이달 말 AIIB의 창립멤버가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영국의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사전 조율조차 없었다는 점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영국의 결정에 그간 AIIB 참여를 거부해 온 호주도 입장을 바꿨다.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13일 “그동안 요구해 온 AIIB 지배구조 문제가 분명하게 개선됐다”면서 AIIB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설립이 공식화된 AIIB는 500억 달러 규모의 자본금으로 올해 말 출범할 예정이다. 중국은 AIIB와 역시 중국이 견인하고 있는 브릭스(BRICS·신흥경제 5국) 주도 신개발은행(NDB) 구상을 통해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상징되는 기존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 판도를 흔들겠다는 복안을 드러내왔다.

영국조차 ‘실리’를 택해 전향적인 AIIB 참여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미·중 양국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해 오던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방한 예정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우리나라의 AIIB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