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을 너무 강조하면 고용이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두 가지가 상충되는 관계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박병원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부문 임금을 전반적으로 높여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요.”(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경제 5단체장들은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직접 마주한 자리에서 임금인상 압박에 대한 당혹감과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방침을 반기면서도 기업에 부담이 되는 임금 인상에는 난색을 표했다. 최 부총리의 요구는 일단 거부당했지만, 재계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로 경기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기업의 동참’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대한상의에서 경제 5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한 대가 지급을 요청했다. 간담회에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이 총동원됐다. 특히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원장이 참석한 것을 놓고 ‘재계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현재 제시할 ‘당근’이 없지 않으냐. 공정위가 그나마 (채찍을) 쥐고 있는 곳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임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비가 살아나야 기업도 살 수 있으니 임금 인상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단체장들은 엇박자를 냈다. 소비가 살아나야 경기가 산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임금 인상은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좋은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법인세 인하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주요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등 자국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기업들의 총 임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 민간과 정부가 함께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투자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금 인상이 어려우면 협력업체에 적정 대가를 지급해 중소 협력업체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정부의 주문에 대해서는 재계도 긍정적 검토 의사를 밝혔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간담회가 끝난 뒤 “임금은 민간에서 노사 간에 자율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동반 성장 차원에서 (대기업이) 하도급업체를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단체장들의 요구에 골프 회동을 약속했다. 서비스업계 활성화 요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골프 회동이라는 화기애애한 자리를 통해 재계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함으로써 다시 한번 타협의 불씨를 살려나갈지 주목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임금 인상’ 버티는 재계, 떠미는 정부
입력 2015-03-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