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차기 ‘백악관 주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민주당의 대권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근 불거진 ‘이메일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16명 가운데 인지도는 물론 선호도에서도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다. 갤럽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의 인지도와 선호도는 89%와 50%로 나타났다. 2, 3위를 차지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통령(78%·39%)과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8%·35%)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선두를 달렸다.
이는 클린턴 전 장관이 재직시절 규정을 어기고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흔들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대중성 면에서 그와 대적할 적수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2016년 미 대선에서 ‘금녀의 구역’이었던 백악관에 여성이 입성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클린턴 전 장관 이외에도 뚜렷한 진보 성향의 여성 정치인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화당은 반대로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남성 일색이기 때문에 ‘힐러리 카드’에 맞서 여심을 공략하기 위해 부통령 후보로 여성 러닝메이트를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기업가 출신인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CEO)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선두에서 추격자들의 공세에 장시간 노출돼 온 클린턴 전 장관이 이번 이메일 스캔들을 기점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클린턴의 길’이라는 전면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기에 앞서 ‘준법’과 ‘돈 문제’라는 암초에 지나치게 마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민주당 지도부 중 일부는 전략 부재와 대응 미숙 등 힐러리 카드의 완성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메일 게이트에도… 아직 굳건한 클린턴 대세론
입력 2015-03-14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