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68개사 슈퍼주총데이] 사외이사 반대표 힘 못써… 현대차 “주주권익委 만들 것”

입력 2015-03-14 02:18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신사업을 본격 추진해 미래 경쟁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13일 열린 호텔신라 정기 주주총회에 최근 왼쪽 발목을 접질린 이부진 사장이 깁스를 한 채 참석하고 있다. 깁스에는 이 사장의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엄마 사랑해, 쪽∼’이라는 빨간색 문구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68개 상장사가 13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대부분 주총에서 회사 측이 올린 안건들이 원안 통과됐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주총에 앞서 이사선임안 등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으나,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경쟁력 강화에 올인=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헬스, 스마트홈 등 IoT 신사업을 본격 추진해 미래 경쟁력 확충을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 기술 리더십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 체계를 다진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주총에 앞서 배포한 2014년 영업보고서 인사말에서 “내수시장에서는 수입차들의 공세가 한층 거세지고, 해외시장에서도 자동차업체 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자 확대를 통한 미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제품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 향상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올해도 국내외 경기 회복이 더디고 철강 시황도 단기간에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룹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그룹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 본격적으로 재무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 권익 보호 움직임=현대차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이사회 내에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한 ‘주주권익보호위원회’(가칭)를 구성키로 했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자산운용회사인 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현대차 주총에서 특별발언을 통해 주주들의 고민을 해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 위원회(주주권익보호위원회)’ 구성을 공식 요청했고,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주주권익보호위원회 제안은 APG 이외에도 JP모건 등 20개 외국계 기관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현대차는 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권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이 직접 나서 지난해 실적과 올해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이들은 주주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스킨십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의 주총은 라운드 테이블에서 주주에게 자유로운 발언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삼성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한 채로 주총에 참석해 의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했다.

◇반대 움직임은 미풍=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이우일(서울대 교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사전 반대의견 1664만4120주가 나왔다.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컨소시엄의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 당시 감시·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국민연금 지분 8.02%를 포함해 17% 남짓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출석주주 전원이 재선임에 찬성하면서 재선임이 확정됐다. 제일모직 주총에서도 이대익 전 KCC 인재개발원장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으나 원안대로 통과됐다.

◇일괄 주총 개선돼야=우리나라 상장사의 80% 이상이 3월 둘째∼넷째주 금요일에 주총을 열어 3월의 금요일은 ‘슈퍼 주총데이’로 불린다. 오는 20일에는 229개사가, 27일에는 293개사가 각각 주총을 개최한다. 결산일 이후 90일 안에 주총을 열도록 한 상법 규정과 결산·공시 업무 등으로 주총이 3월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금요일 ‘일괄 주총’은 결국 주주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주총 의결을 쉽게 하기 위한 관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남도영 김준엽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