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패 척결, 강력히 추진하되 부작용 경계를

입력 2015-03-14 02:39
이완구 총리가 12일 담화를 통해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발본색원” “끝이 아니라 시작” 등의 표현으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정부패 고리는 한 사건이 터지면 고구마 줄기 엮듯 많은 관련자들이 드러날 정도로 공직자·재계·정치권 등이 서로 얽혀 있다. 그런 사회 상황이 반영돼 태어난 게 ‘김영란법’이다. 뿌리가 깊은 것이다. 정부의 ‘부정부패와의 전쟁’은 그래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조심하고 신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 역대 정권에서 경험해봤지만 강력한 사정은 각 분야를 움츠리게 만든다. 게다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사정 정국을 조성했던 적도 있었다. 이 총리는 부정부패 수사 대상으로 네 분야를 예시하면서 해외 자원개발 비리도 적시했다. 이 부분은 현재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총리는 이명박정부 시절 세종시 문제로 당시 박근혜 의원 손을 들어주면서 지사직을 던지고 난 뒤 강도 높게 내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명박정부를 겨냥했다는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비리가 있으면 사정 당국이 찾아내 단죄하면 될 것을 괜스레 오해받기 딱 알맞게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주요 사정라인은 영남 편중인사로 비판받고 있다. 낮은 대통령 지지도를 회복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는 일단 여론의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저항과 반발, 검찰과 경찰의 실적주의, 정치권 개입 등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 총리는 이런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보여주기 식이어서도 안 된다. 상처만 쏙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초정밀타격인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 군사작전처럼 사정 당국은 조용하고 신중하게, 그러나 빠르고 강력하게 부정부패를 척결해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