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의 ‘일자리 세습’ 요구 과도하다

입력 2015-03-14 02:40
일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조합원이나 장기근속자 자녀 등을 특별 채용할 수 있도록 해 비난을 받고 있다. 15∼29세 체감 실업자가 100만명에 이르는 등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가운데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혜를 주는 것은 ‘현대판 음서제’와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등이 12일 발표한 ‘2014년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727곳 중 이른바 일자리 세습 규정이 단체협약에 담긴 경우가 30.4%인 221곳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134곳으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의료보건 등의 순이었다.

물론 다수는 업무상 재해 또는 사망자, 장애자가족 채용 등 회사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당했거나 생계가 극도로 곤란한 사람을 위한 지원 방안이었다. 그러나 일부 노조는 퇴직자는 물론 현직 조합원과 장기근속자 가족까지 우선 채용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드러냈다. 고용세습은 이미 2013년 5월 울산지방법원의 판결에서도 위법이라고 확인됐으나 노조의 반대로 단체협약이 고쳐지지 않은 곳이 많다.

청년 실업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난제 중 하나다. 요즘은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어지간한 기업의 정규직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청년들의 고용 절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단체협약을 무기로 고용 세습을 일삼는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고용세습을 시행하는 몇몇 대기업 노조는 비정규직의 권익은 무시하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지키려 해 이미 여러 차례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일자리 세습은 많은 청년들을 좌절케 한다. 노사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임단협 체결과정에서 불합리한 규정을 바꾸도록 행정지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