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공모 당선작-최우수상] 빨간 담쟁이

입력 2015-03-16 02:43
저 장밋빛 불길! 저것은 생명의 절규다!

안으로 안으로만 타오르는 저 불길은.



카라코람 산맥이 앞을 턱, 가로막아

절망의 벽이 두억시니처럼 일어설 때



동·서·남·북 어디에도 길은 없어

차라리 벽을 향해 눈길을 든다.



절망의 벽을

소망의 계단으로 삼는 도전



안간힘 다해 옹벽을 기어오르는

저 오체투지의 피투성이 몸짓!



폭풍 속에도 변치 않는 향일성이

피를 움켜쥔 손가락을 옹벽에 박고 있다.

생의 겨울이 오는 종심(從心)의 길목에서

마지막 남은 목숨을 사르는 노잔(老殘)



안으로 안으로만 다진 소망에 불을 댕겨

자신을 밀어 올리는 불길이 된다.

발돋움한 일편단심 한 줄기 갈망

천성을 향해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



손바닥만치 남은 여생 죄다 모두어

절규하듯 하늘 보좌로 불꽃을 올린다.





*카라코람(Karakoram) 산맥-인도 및 파키스탄의 잠무카슈미르 지방의 북부에 뻗은 산맥

최남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