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귓가에는
툰드라 벌판, 바람의 노래가 들리나보다
살뜰히 수액(樹液) 거두어 지친 철새의
입가를 적셔주고
나날이 수척해가는 가을 나무
땅 속 벌레와 풀씨들 덮어 주려
파리한 낙엽, 기꺼이 바스라진다
국화 향기 훔치는 길고양이 잔등에
어른거리는 감나무 그림자
기우는 노을은 땅거미 지도록
서녘 자락에 온기 펴 바른다
기도를 움켜쥐고 달려 온 손돌바람
빈 가지 휘감고 위를 향해 차오른다
된서리 엉기는 밤
먼 산 부엉이의 선 울음소리
* 툰드라-늘 강풍이 몰아치는 북극해 연안 동토 지대
* 손돌바람-(순우리말) 11월 말경 부는 매서운 찬바람
허미강
[신앙시 공모 당선작-우수상] 가을이 눕는 소리
입력 2015-03-16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