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너머 성 권농의 집 술 익었다는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이야 네 권롱어른 계시냐 정 좌수 왔다고 여쭈어라.’
송강 정철(鄭澈) 좌수(座首)가 한 살 위인 대학자 우계 성혼(成渾) 권농(勸農)을 만나러 가는 풍경을 읊은 시조입니다. 소를 타고 고개 하나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곳쯤에 둘이 살았나 봅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동요처럼 불리는 가요 ‘산 너머 남촌에는’입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있지요? 산을 하나 어렵게 넘어갔는데 넘어야 할 산이 앞에 또 있다는 의미로, 어려운 일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연속해서 닥쳐온다는 뜻입니다.
위에 ‘너머’와 ‘넘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둘을 구분하기가 어려운가요? ‘너머’는 어떤 물체나 경계의 저쪽, 즉 공간을 말하고 ‘넘어’는 ‘담 넘어 도망치다’처럼 동작을 나타냅니다.
‘산 너머 남촌에는’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지요. 온라인상에 ‘산 넘어 남촌에는’이라고 잘못 쓴 표현이 부지기수인걸 보면 둘을 가려 쓰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뻗대보지만 남촌을 떠난 봄은 벌써 발아래 와 있네요.
서완식 교열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산 ‘넘어’가면 그 ‘너머’엔 누가 살길래…
입력 2015-03-14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