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비누의 양면성

입력 2015-03-14 01:54
나비와 꽃 모양의 비누. 구글

해외에서 샴푸 없이 머리 감는 ‘노푸’(NO와 샴푸의 POO 합성어) 열풍이 불고 있다 한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인들의 두피 건강법으로 노푸가 알려진 후 샴푸에 대한 기존 생각에 변화가 이는 듯하다. 고체비누 후배격인 액체비누 샴푸가 지닌 강력한 세정력의 부작용이 밝혀진 것인지 아니면 유기농 샴푸 판촉을 위한 상술은 아닌지 슬쩍 의심이 가지만, 세정제의 유해성만큼이나 노푸의 효과성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듯하다.

구약성서에 세정을 위해 잿물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인류의 가장 오래된 세정제는 아마도 잿물인 듯하다. 로마시대에 일종의 찰흙인 표백토를 세정제로 사용했다 알려져 있으나, 두발용 포마드 성격이 강했던 원시적 비누에 관한 최초 기록은 1세기 로마 군인, 학자였던 플리니우스의 대백과전서 ‘박물지’에 담겨 있다. 세정제로서의 비누에 대한 기록은 그리스 의학자 갈레누스에 의해 2세기께 작성되었고, 그 이후 별다른 기술적 발전이 없다가 18세기 말∼19세기 초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비누의 근간이 되는 근대적 기술이 개발되었다.

비누의 세정작용에는 이들이 지닌 친수성과 친유성의 양면성이 숨어 있다. 비누가 손바닥의 물에 닿으면 친수성 부분이 물과 결합, 물의 표면장력을 감소시켜 거품을 일게 한다. 이 과정에서 비누분자는 가수분해되어 알칼리성을 나타내고, 이 화학적 성질에 의해 옷과 머리카락에 묻은 기름때가 녹아 방울 형태로 변한다. 분리되어 나온 기름방울은 비누의 친유성 부분에 둘러싸이게 되고, 결국 콜로이드(분자나 이온보다 큰 미립자) 형태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

비누는 용도에 따라 나뉜다. 세안과 면도를 위한 화장비누, 의류와 식기 등의 세척을 위한 세탁비누 그리고 섬유, 금속가공에 사용되는 공업비누가 있다. 이들 비누는 구성분의 차이로 세척력에 차이가 있으나 때를 빼는 적용원리는 같다. 때를 빼고 깨끗이 해야 할 게 어찌 옷과 머리카락뿐일까.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비관적 체념의 때, 돈이 최고인 편향된 사고의 때, 타인은 없고 나만 있는 이기적 마음의 때, 이 모든 때를 말끔히 씻어줄 무해한 희망비누를 기다린다면 너무 허황된 것일까?

노태호 (KEI 글로벌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