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무기 장비 연구개발비 500억 용처 추적

입력 2015-03-13 03:44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이 터키 하벨산사(社)와 방위사업청 사이에서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을 중개하면서 사업비를 두 배 가까이 부풀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광공영이 챙긴 500억원대 자금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빼돌려진 돈이 군과 방사청 관계자들에게 리베이트로 제공됐는지도 확인 중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2일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과 예비역 준장인 권모 SK C&C 전 상무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 등이 2009년 EWTS 사업을 중개하면서 5100만 달러 규모이던 계약금액을 9600만 달러로 부풀려 차액 4500만 달러(약 500억원)를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 회장은 장비 도입 외에 기술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면서 4600만 달러를 추가했지만 실제 연구·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초 1억4000만 달러를 방사청에 제시했다가 협상 끝에 32%가량을 낮춰 계약했다. 합수단은 범행에 가담한 일광그룹 계열사 솔브레인 조모(49) 이사도 이날 체포했다.

합수단은 일광공영 대표로 등재된 이 회장의 장남(40)과 일광공영 계열사 일진하이테크 대표로 있는 차남(33)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일광그룹 계열사들이 EWTS 사업을 재하청받는 과정이 미심쩍기 때문이다. 일광공영은 하벨산이 방사청과 계약을 체결하기 1년여 전 SK C&C와 EWTS 도입 관련 비밀 협약서를 썼으며, SK C&C는 EWTS 연구·개발 용역을 따낸 뒤 일진하이테크, 솔브레인 등에 재하청을 줬다.

합수단은 ‘1세대 무기중개상’으로 30년 넘게 활동한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장기간 공군이나 방사청을 관리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일광공영이 납품 지연에 대해 면책을 받은 부분도 수사 대상이다. EWTS는 2012년 5월 납품될 예정이었으나 두 달 가까이 납품이 늦어져 100억원 가까이 납품 지연 보상금이 발생했지만 공군은 공급사 측에 책임을 묻지 않아 논란이 일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