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선거’로 얼룩진 첫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끝났지만 전국 곳곳에서 불법선거로 고발당하거나 구속된 당선인이 많아 무더기 재선거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금품을 받은 조합원들도 많아 과태료 폭탄과 전과자 양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경찰청과 전국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된 조합장 1326명 중 181명(13.7%)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당선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34명, 경남 31명, 전남 27명, 경북 19명, 충북 15명, 강원도 12명, 전북 7명 등으로 파악됐다.
측근들이 수사 받는 사건도 많아 공모 정황이 포착될 경우 당선인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사 대상이 된 이유로는 사전 선거운동과 돈 봉투 등 금품 제공이 가장 많았다.
충북에서 당선된 A씨는 조합장 신분으로 조합원들과 10차례 선진지 견학을 하면서 인사말 등을 통해 선거공약 등을 홍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는 조합 이름으로 내야 하는 경조사비를 직접 전달하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낸 혐의로 조합장 B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금품을 받은 조합원들에게는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기지역에서는 당선인 C씨가 조합원 1400여명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조합장 선거의 불법행위를 단속한 결과, 모두 929명(705건)을 적발해 13명을 구속하고 41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829명을 내·수사 중이다. 적발 유형은 금풍·향응 제공이 519명(56%)으로 가장 많았고 사전 선거운동이 207명(22%)으로 뒤를 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일 하루 전일 지난 10일까지 762건을 적발해 149건을 고발하고 44건을 수사 의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논산 모 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선거일로부터 6개월(9월 11일)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당선인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당선 무효가 확정된 조합은 30일 이내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합장은 714명(53.8%)이었고 612명(46.2%)은 물갈이됐다. 충남 태안에서는 ‘11선’ 당선인이 나왔다. 충북 청주 청남농협과 경남 함안군 가양농협 등에서는 여성 조합장이 탄생했다. 경기도 연천·강원도 홍천 등에서는 두 후보자의 득표수가 같아 연장자가 당선증을 받았다. 당선된 조합장들은 오는 21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충북경실련 관계자는 “돈 선거가 근절되는 않는 데는 조합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선거인수가 적어 혈연·지연에 얽매이기 쉬운 지역사회의 특성과 금품제공에 관대한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통해 성숙한 조합장 선거 문화가 조성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강창욱 기자
adhong@kmib.co.kr
[첫 동시조합장선거 후폭풍] 당선인 14%가 수사 대상… 무더기 재선거 예고
입력 2015-03-13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