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막대한 죄를 한국에 저질렀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80)씨는 12일 오후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열린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에서 “전쟁을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은 아베 신조 총리는 과거 일본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는지 상상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이 시기를 가장 보기 싫은, 부끄러운 시대로 단정 짓고 있다”며 “패전 직후 일본인들이 고민했던 부분들을 모두 부정하고 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57년 도쿄대 신문에 게재한 ‘기묘한 일거리’로 등단한 그는 94년 ‘만연원년의 풋볼’(67년 작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적 행보를 가차 없이 비판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 감성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의 두 번째 세션 기조연설에서 자신을 ‘전쟁 전후를 경험한 세대’로 소개했다. “외부의 비판이 있었지만, 패전 후 일본인들은 전쟁에 대한 반성을 한 적이 있다”며 “잘못된 이미지를 타파하고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해야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새롭고 올바른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인 이희호 여사로부터 ‘한국의 청년들에게 왜 인간의 감성이 중요한지 일깨워 달라’는 편지를 받았다며 포럼에 참석한 청년들에게 “사회로부터 주어진 이미지를 의심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상상력’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 1부 ‘세계평화의 미래’에서는 마르티 아티사리(78) 핀란드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부의 분배’를 강조했다. 아티사리 전 대통령은 코소보 사태 해결과 인도네시아-아체 반군 평화중재 활동 등의 공로로 2008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경제성장은 더 이상 빈곤과 박탈, 다른 사회적 상처에 대한 치료약이 아니다”며 “경제성장으로 얻은 부(富)를 공평하게 돌려주지 못한다면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라는 개념만으론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며 “분쟁 해결을 위해 유엔과 각종 국제·지역기구, 비정부 기관 등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포럼은 연세대 창립 130주년을 맞아 열렸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평화, 인간 감성,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중국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노벨문학상 수상한 日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아베에 직격탄 “일본, 한국에 충분히 사죄하지 않아”
입력 2015-03-13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