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무심코 지나치던 자녀의 뒷모습을 돌아봤을 것이다. 지난 1월 터키에서 사라진 김모(18)군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지난달 중순엔 10대 영국 소녀 3명이 IS로 갔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IS와 접촉했다고 한다. 자녀가 들여다보는 컴퓨터 화면이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는 것일 수 있다. 평범한 소년과 소녀들이 왜 IS로 향했을까. 청소년은 어른도, 어린이도 아니다. 기존 가치관에 저항하고 도전한다. 부모를 인습의 대변자로 여긴다. 기존 체제에 반대하는 극단적 무장단체에 매료될 수도 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 중이다. 자녀의 욕구와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크리스천 부모로서 죄책을 먼저 고백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 바로 선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녀가 그 뒤를 따른다.
모두 ‘김군’이 될 수 있다
김군의 어머니는 9일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겨우 견디고 있다. 제 아이뿐만 아니라 자녀들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마음의 여유도, 기운도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자녀는 누구나 IS를 추종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력해 보이는 집단을 동일시하고, 소속감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자기중심성이 강하다. 아동기의 인지적 자기중심성은 청소년기에 비교적 객관화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여전히 자기를 ‘중심’이라고 여긴다. 이해경 숭실사이버대 청소년코칭상담학과 교수는 13일 “청소년은 자기를 주시하는 ‘가상 청중’이 있다고 여기고,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특별하다고 여기는 ‘개인적 우화’ 현상에 빠진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폭주, 절도, 폭력 등과 같은 비행은 개인적 우화와 관련 있다. 이 교수는 “청소년은 비행을 하면서 자기를 영웅 신화의 주인공처럼 느낀다”며 “총을 맞아도 숨지지 않고, 과속을 해도 사고가 안 나고, 성관계를 가져도 임신이 안 될 거라고 여기는 오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은 또래관계에서 이 자기중심성을 조금씩 완화해간다.
반대로 친구가 없거나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 청소년은 이 성향이 심화될 수 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스타일로 생활하는 청소년은 자기오류를 인식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에 몰입하면 가상과 현실까지 혼동하고, 소속감을 줄 수 있는 비행 서클이나 범죄단체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A씨는 올 초 딸(17) 방을 청소하다 한 노트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엄마는 겉과 속이 다르다. 교회에선 천사인 척한다. 집에선 악마다. 역겹다.’ ‘아빠는 병정처럼 똑같은 말만 한다. 입을 틀어막고 싶다’ A씨는 교사, 남편은 대학교수였다. 이 교수는 “청소년은 사회적 관습을 자기화하는 과정에서 반감을 표출한다. 사회적 관습을 대변하는 부모를 혐오하는 경우는 흔하다”고 말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리
자녀가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부모는 불안하다. 자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부모가 무언가 잘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영은 백석대 기독교상담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부모에게 간섭 마라, 내버려 두라며 자유를 요구한다”며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를 존중하면서는 ‘부모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불가근불가원의 원리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율적 공간을 허용하고 신앙인으로서 자녀를 인내하고 믿어주는 것이다. 자녀와 부모의 가장 큰 갈등은 대체로 게임, 공부, 신앙으로 압축된다. 김 교수는 “금지나 강제보다는 아이의 요구를 경청하고 책임 범위를 정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자율적으로 행동하도록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J군(17)은 지난해 5월 가출한 적이 있다. “학원을 빼먹고 친구들이랑 게임방에 갔다가 걸렸다. 학원에서 결석했다는 문자를 받은 엄마가 소리 질렀다. ‘공부 안 하고 말 안 들을 거면 이 집에서 나가’라고. 엄마는 항상 엄마 말만 했다. 내 말을 안 들었다. 그런 말 한두 번 들은 건 아니지만 그날은 뺨까지 때렸다. 운동화 구겨 신고 친구 집에 갔다.”
부모가 윽박지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 교수는 “자녀에게 ‘내가 원하는 게 뭐니’라고 물어봐라”며 “매일 게임하는 것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게임하는 일정한 시간을 약속하고 지키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P군(14)의 어머니는 지난해 가을 학원에 안 가겠다는 아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자정까지 학원에 있는 게 너무나 피곤하다. 집에서 공부하고 싶다.”
P군은 어머니와 공부하는 시간에 합의했고 그 시간을 지켰다. 김 교수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가 뭐냐. 금지하면 뭐든지 더 하고 싶은 것이다. P군의 어머니는 처음엔 학원을 중단하는 데 걱정했지만 오히려 자녀가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고 전했다. 더 적극적으로는 자녀가 원하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찾아줄 것을 권한다. 자녀도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하다.
자녀 앞에서 하나님께 죄책 고백
부모는 자녀의 불순종 자체에 분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 스스로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최은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기독교상담학 교수는 “부모가 먼저 하나님의 큰 사랑을 깨달은 뒤 자녀를 그 사랑과 은혜로 양육해야 한다. 가족 자체가 영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L씨(20)의 성장기는 이런 원리가 잘 담겨 있다.
L씨는 어린 시절 조부모 손에서 주로 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그가 그린 그림 속에 부모는 없었다. 할아버지, 휠체어를 탄 할머니, 미끄럼틀 위에 동생(당시 6)만 보인다. “어머니는 일하느라 집에 없었고 아버지는 외국에 계셔서 곁에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차 안에 그려 넣었던 것 같다.” 열 살 무렵 그는 일탈하기 시작했다.
몰래 게임방에 갔고, 엄마 지갑에 손을 댔다. 아들은 엄마에게 말했다. “난 공부하기 싫다. 엄마는 회사에 1등 하지 않냐. 내가 공부까지 잘해서 엄마를 기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의 어머니는 무릎 꿇었다. 자녀와의 시간을 위해 일을 줄였다. “애가 어느 날 자기가 나한테 제일 처음 한 말이 뭔 줄 아는지 물어봤다. ‘엄마, 내 엄마 맞아?’라더라. 정말 미안했다.” 어머니의 고백이다.
중2 무렵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기도했다. “하나님, 제 죄를 고백합니다. 제가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달리는 동안 우리 아이가 제 돌봄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1등이 되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저를 사랑한다는 걸 제가 몰랐습니다.” 최 교수는 “크리스천 가정은 가정예배를 통해 부모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자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에 재학 중인 L씨는 지난해 여름 어머니와 함께 태국으로 선교여행을 갔다. 10년 만에 다시 가족화를 그릴 기회가 있었다. “십자가 앞에 어머니 아버지 나 동생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다. 십자가는 거울이다. 우리 가족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내가 한참 방황할 때 날 돌보기 위해 회사 일을 양보한 어머니, 저희 가족이 하나 되게 해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한다.”
최 교수는 “어머니 한나와 사무엘은 1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겉옷을 직접 짓고 하나님 일을 하도록 격려했다”며 “권위의 종착점은 결국 부모가 아니라 하나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하나님을 본받고 사랑을 표현하면(엡 5:1∼2) 그 자녀가 하나님을 바라보는 부모를 보고 그 삶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시선] 아이들은 왜 부모에게 등 돌리나… 부모로서 지은 죄 없으신가요? 먼저 고백하세요
입력 2015-03-14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