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늦가을에 새로 지은 집에 입주하여 짐 정리에 고단한 날이 계속되던 어느 새벽, 누군가 침실 문을 두드렸다. 화들짝 놀라 깨어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다. 소름이 쫙 끼쳤지만 노크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딸아이 방 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코고는 소리가 가볍게 들렸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본격적으로 집안 점검에 나섰다. 컴퓨터실, 식당과 이층발코니 한쪽 게스트 룸 등을 살펴봤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우리 집은 이층 난간에 서면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층 역시 아무런 기척이 없다. 마지막으로 주방에 들어서 창 앞에 선 순간, 노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창 밖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내 생애 처음 보는 새벽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창밖 가로등 불빛은 거리를 온통 주홍빛으로 물들였는데 그 색조를 배경으로 앙상한 겨울나무들의 실루엣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무엇에 홀린 듯 진원지 찾기도 잊은 채 창밖을 바라보며 그 새벽 나를 깨운 것은 다름 아닌 주님이심을 내 영이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자야! 나와 함께 이 아름다운 새벽을 보자꾸나!” 어떤 사진작가나 화가가 그토록 멋진 새벽 정경을 그릴 수 있겠는가. 그것은 새벽을 창조하신 주님만이 그릴 수 있는 최고의 예술작품이었다. 숨 막히도록 황홀한 새벽을 주님이 내 뒤에 서서 함께 바라보고 계신다는 느낌이 전해져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주님께서는 이렇게 수시로 우리 영혼을 노크하시며 창조의 아름다움 가운데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단지 깊은 세상 잠에 빠져 있는 우리가 그 부르시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새롭게 열린 봄날들도 주님의 시선으로 고단한 삶 속에서 놓치고 지나쳐 버린 주님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내 사랑하는 자야!
입력 2015-03-14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