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의 티크리트 탈환이 임박하면서 ‘이슬람국가(IS)’에 협조한 수니파 주민들에 대한 보복 우려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군에 훈련받은 일부 이라크군이 IS에 비견될 만큼 잔혹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합동참모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라크군의 이 같은 전쟁범죄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인권 범죄 혐의가 확인된 일부 여단에 대한 미군의 지원을 이미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조사는 지난여름 이후 이라크의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라크군과 민병대가 자신들의 척결 대상인 IS만큼이나 수많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SNS에는 이라크 군인들이 포로를 묶어 땅에 질질 끌고 가거나 건물 옥상에서 포로를 던지고, 죽은 이들의 잘린 머리를 밟고 포즈를 취하는 등 각종 잔혹한 사진이 게시됐다.
휴먼라이츠워치(HRW)와 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라크군이 저지른 이 같은 인권 범죄의 증거가 수없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잔혹 행위를 은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들의 개인 SNS에 올리는 후안무치함을 보이기도 했다.
사라 레이 윗슨 HRW 중동담당은 “보통 군은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려 하는데 이들은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랑스럽게 드러내놓을 만큼 뻔뻔스러웠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대테러부대원이 지난해 9월 포로의 머리를 쏴서 처형하는 동영상을 개인 인스타그램(사진 사이트)에 올린 이후 현재까지 600명 이상의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이라크 보안군이라고 밝힌 영상 게시자는 영어와 아랍어 자막을 통해 “우리는 어제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 신문을 완료한 후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 계정에는 같은 달 이라크 군인이 이라크군 표식이 된 미군 군용차량 앞에서 IS 대원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 측은 “이라크군임을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이 담긴 전쟁 범죄 이미지가 SNS상에 널리 퍼지는 것은 이라크군을 불신하게 하는 IS의 교활한 책략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IS 격퇴를 위해 미국이 지원한 무기와 차량이 포함된 증거들이 많아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라크군뿐 아니라 민병대로 보이는 포로 학대 증거도 다수 나오면서 티크리트 탈환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의 잔혹한 보복도 우려되고 있다.
전직 미군 관계자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극악한 전쟁범죄 행위가 모두 사실로 드러난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들을 지원할 수 있겠냐”면서 “이들은 IS만큼이나 야만적”이라고 비난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일부의 행동으로 (IS를 물리치려는) 이라크 정부의 노력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모든 종파의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과 최선의 노력을 강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IS 점령지 탈환한 이라크군, 수니파 주민에 잔혹행위… IS에 협조한 주민 상대 보복
입력 2015-03-13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