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대 시대-환율 영향] 한국도 글로벌 환율전쟁 가담… 원화 약세 가속화

입력 2015-03-13 03:00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대로 낮춤에 따라 원화 약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치열하게 전개된 글로벌 ‘환율전쟁’에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가담한 셈이다. 환율전쟁은 각 나라가 자국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이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근린궁핍화 정책에 동참한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의 통화완화를 환율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들어 20여 개국이 앞 다퉈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시행에 나서고 있는 상황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인위적 환율 조정을 직접적인 정책 목표로 삼지 않더라도 통화완화 조치는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내린 1126.4원으로 마감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로 장중 급등했다가 달러 매도에 대한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전날까지 사흘 연속 급등했다. 3월 들어 원화 절하(환율 상승) 속도는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빨랐다. 그동안 다른 통화에 비해 절하 폭이 크지 않았던 원화가 이달 들어 빠르게 절하된 것은 한은의 금리 인하 단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전 세계적인 달러화 초강세의 영향이 가장 크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글로벌 달러 인덱스는 100 부근까지 상승하며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0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강(强)달러 현상은 미국의 고용사정과 경기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된 데다 유로존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일제히 통화완화 조치에 나서고 있는 데 기인한다. ‘나 홀로’ 잘나가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생존을 위한 ‘통화완화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재료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로존이 이달부터 대규모 양적완화에 돌입하면서 유로화 가치는 급락세를 나타내 달러와 등가(1유로=1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1.05달러대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글로벌 투자회사의 애널리스트는 “양적완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유럽에 환상적으로 싼 통화를 주고 있는 것이며, 유로화 가치가 추락한 것은 수출 주도형 유로존 경제에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6월이나 9월에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우리 수출기업에 호재다. 하지만 강달러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되면 우리나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오르는 것이 수출기업들에 긍정적이며 엔저에 대한 우려도 희석시킨다”면서 “다만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대외부채가 많은 신흥국의 부채가 더 늘어나 이들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원화 약세가 빨라진다면 강달러에 따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있어 금융시장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