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대포통장 근절’ 은행들의 고육책

입력 2015-03-13 02:16

직장인 김모씨는 통장을 개설하러 은행에 갔다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신청서를 작성할 때부터 “왜 집과 먼 곳까지 와서 만드느냐” “직장이 주변에 있느냐” 등 취조하듯 질문이 쏟아졌다. 결국 직장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쓰고서야 서류 작성이 끝났다. 하지만 20일 이내 통장을 발급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통장을 만들 수는 없었다.

대포통장 근절 대책 강화가 만든 풍경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기 방지를 위해 각종 대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2012년 3만3496건이었던 대포통장 발생 건수(피싱사고 관련해 금감원에 보고된 것 기준)는 지난해 4만4705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은행권 비중이 2013년 41.7%에서 지난해 하반기 60.9%로 크게 늘면서 은행들은 대포통장을 뿌리 뽑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초부터 1년 이상 자동화기기 미사용 계좌의 현금 인출한도를 1일 1회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축소한다. 우리은행은 예금계좌 개설기준 및 통장재발행 절차 강화에 나섰다. 거래목적이 불명확하거나 대포통장이 의심되면 계좌를 개설할 수 없게 했다. 6개월 이상 거래가 없었던 계좌의 통장을 재발행할 경우 신규 발행과 같이 거래목적을 확인한다.

대포통장 발급이 가장 많았던 농협은행은 지난해 3월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금융거래목적 확인제도를 강화해 예금신규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또 의심계좌 추출모형을 개선하고 신규 모형을 개방해 모니터링 역량도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20%에 달했던 대포통장 비율이 지난 2월 기준 2%로 떨어졌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앞으로도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및 피해예방을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 캠페인 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