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화웨이 임원, 前 직장 LTE-A 기술 유출 의혹

입력 2015-03-13 02:30 수정 2015-03-13 14:17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 한국지사 임원이 경쟁사이자 전 직장인 에릭슨엘지에서 초고속 이동통신서비스 LTE-A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화웨이코리아 상무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는 에릭슨엘지에서 근무하는 동안 LTE-A 기술 자료 등을 이동식 저장장치에 담아 빼낸 뒤 화웨이코리아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에릭슨엘지는 LG정보통신을 흡수한 LG전자와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2010년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LG전자는 에릭슨엘지 지분 25%를 갖고 있다.

2000년 LG정보통신에 입사한 A씨는 지난해 6월 퇴사 전 에릭슨엘지 영업지원 부서에 근무하며 LTE 통신네트워크 공급 사업을 담당했다. 화웨이코리아로 옮긴 건 그해 7월이다.

에릭슨엘지 측은 A씨와 화웨이코리아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퇴사 한 달도 안 돼 경쟁사 임원으로 이직한 경위 등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에릭슨엘지는 퇴사 후 1년간 경쟁사로 옮기지 못하도록 내규를 두고 있다.

에릭슨엘지 관계자는 “두 회사는 모든 제품이 상충하는 경쟁관계”라고 말했다. A씨는 에릭슨엘지 제품의 모든 장단점을 알고 있는 사람인 셈이다. 에릭슨엘지는 LTE-A 기술을 구현하는 설계 정보 등 핵심 기술도 함께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상당한 분량의 자료를 제공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영업기밀이 유출돼 사용됐는지 살펴보는 중”이라며 “수사에 착수한 건 혐의와 관련해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화웨이코리아 측은 “화웨이는 그런 식으로 이직 제안을 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경쟁사 임원급으로 이직했다고 그렇게 의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A씨와의 직접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사내 방침을 들어 거부했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공격적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내 IT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1월에는 화웨이가 한국에 R&D(연구·개발)센터 건립 의사를 밝히면서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강창욱 문동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