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네 겹 시름’에 시달리는 독거노인… 가난하고 병들고 외롭고 할 일 없고

입력 2015-03-13 02:08

‘가난하고, 외롭고,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데다 병까지 들었다.’ 노인 10명 중 7명은 자녀와 떨어져 노인들끼리만 사는 시대에서 ‘빈곤·질병·고립·무위’의 4중고가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배우자 없이 홀로 사는 노인들이 4중고에 취약했다. 독거노인 4명 가운데 1명은 4중고를 모두 겪고 있는 위기가구로 나타났다.

◇노인 삶 위협하는 4중고=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노인단독가구의 생활 현황과 정책 과제’를 보면 노인단독가구(독거·부부노인가구)는 2011년 68.1%로 1994년 40.4%보다 1.7배 늘었다. 노인단독가구가 보편적 노년기 가구 형태가 된 데는 자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의 결혼’(19.4%), ‘자녀가 따로 살기 원해서’(8.9%) 등이 노인들이 자녀와 떨어져 살게 된 주요 이유였다.

노인단독가구의 삶은 경제·심리적으로 취약하다. 독거노인가구의 25.2%, 노인부부가구의 14.1%는 4중고를 모두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중고 중 3가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독거노인가구 35.7%, 노인부부가구 27.4%였다.

정경희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12일 “노인가구가 급증하는 만큼 노인가구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노인가구의 소득보장 정책을 강화하고,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럭저럭 지내는 외로운 삶, 종교 활동이 큰 도움=노인들의 삶은 단조롭다. 보고서의 심층면접 내용을 보면 옛 이야기나 미래의 걱정을 많이 말했으나 현재에 대한 언급은 간단했다. 대부분 “그럭저럭 지낸다”고 답했다. 식사, 집안일, 가벼운 운동을 하고 많은 시간을 TV보기로 보냈다. 농어촌에 사는 노인들은 주로 경로당에서 사회활동을 하지만 도시에선 이마저도 없다.

이런 노인들의 삶에 활력이 되는 건 종교 활동이었다. 자녀나 친척보다 가깝게 지내며 서로 관심을 보이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심리·물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A씨(66·여)씨는 “아프면 교회 구역장들한테 연락도 하게 되고…신앙생활 하는 사람들은 고립된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B씨(72·여)는 “다른 외출은 거의 없다. 주일에 교회에서 하루 종일 지낸다”고 했다.

문제는 독거노인들의 ‘낮은 기동력’이다. 홀로 사는 C씨(78·여)는 “아플 때 제일 외롭다. 교회를 계속 다니면 좋겠는데 다리가 불편해져서 요즘은 못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거노인들은 외출을 많이 하지 않는다. 201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교통비는 월평균 3만3000원이다. 부부노인가구(9만7000원)의 3분의 1,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30만5000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집 안에서 ‘고립’과 ‘무위’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