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취임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불과 한달반 만에 당청 관계의 무게 중심을 당으로 이동시켰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여당이 청와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혹평이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복지·증세·안보 등 정책 토론이 활발해진 점도 당에 신선한 활기를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 유승민밖에 안 보인다”는 비판은 부담스럽다. 유 원내대표 특유의 ‘소신 정치’가 당청 관계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존재감 있는 여당’ 합격점=유 원내대표는 ‘존재감 있는 여당’을 내세웠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복지축소냐, 증세냐’라는 논란에 불을 댕겼다. 청와대에 ‘예스’만 하지 않는 새로운 원내대표의 출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함구령을 내린 개헌 문제에 대해선 “개헌의 ‘개’도 꺼내지 말라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맞받았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둘러싼 정부의 혼선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까지 건드렸다. 당이 정책 이슈를 선도하는 모양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야 집권여당답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정부 초기 최경환 이완구 전 원내대표 체제 때와 비교하면 당의 공기부터가 다르다”면서 “청와대에 기죽지 않으니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당내에 흐른다”고 호평했다.
◇대야 협상력은 의문, ‘독주’ 우려도=유 원내대표의 거침없는 화법을 불안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새누리당 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내정했다는 인사를 청와대가 발표했을 때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잘 아는 분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적재적소의 인사”라며 “정무 특보 기용도 국회와의 소통 강화에 힘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평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국정원장 한 지 얼마 안 된 분이 (비서실장에) 간 부분은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아무리 소신이 중요하다고 해도 원내대표가 당의 공식 입장과 다른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사드 도입 문제를 정책 의총에서 다루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성급했다는 비판이 있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도 불편한 관계에 빠졌다.
대야 협상력은 현재로선 물음표다. 일단 2월 임시국회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기획] 유승민 취임 40일 성적표는… ‘소신’에 박수 ‘독주’에 우려
입력 2015-03-13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