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직 총리들, 아베 폭주에 제동… 고이즈미·무라야마 등 아베 담화에 우려 표명

입력 2015-03-13 02:5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여름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서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의 표현이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전직 총리들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73) 전 총리는 11일 후쿠시마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역사 인식을 담은 새 담화에 대해 “새 담화 발표 계획에 많이 놀랐다”며 “특별히 10년마다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2일 전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이 같은 반응은 아베 총리의 새 담화가 자칫 국제사회의 반발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5년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91) 전 총리도 연일 아베 담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 등 자민당이 독주하는 정치 상황을 우려하는 정치 원로 10명은 전날 모임을 발족하고 아베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을 촉구했다.

14일부터 일본 센다이에서 열리는 유엔방재세계회의 참석을 앞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이날 일본 취재진과 만나 “아베 담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우호를 위해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아시아와 세계인들은 그런 담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76) 총무회장은 전날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일본도 아주 할 말이 많지만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니카이 총무회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도 ‘제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 모든 기관과 협력해서 하루빨리 정상적인 모습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니카이 총무회장의 발언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사실상 뒤집는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총무회장은 우리 정당의 원내대표 격으로 당 서열 3위에 해당한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