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사채왕’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민호(43) 전 판사가 재판에서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 최 전 판사 변호인은 “금품수수는 인정하지만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다. 이 법은 공직자가 돈을 받았어도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알선했다는 대가성이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다.
국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았을 경우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최 전 판사에게 김영란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면 ‘돈은 받았지만 청탁은 받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워진다.
최 전 판사는 법정에서 “(진술을 하겠다고 새벽에 전화했을 때) 검사님이 오지 않았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걸 다 잃고 오해를 받아도 이야기는 하고 싶었다. 검사님이 외면하지 않아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 전 판사는 지난 1월 검찰 조사를 마치고 새벽에 귀가했다가 아내와 상의한 끝에 금품수수 사실을 자백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믿는 신앙도 있고 그 이야기(금품수수 사실)를 하지 않고는 집사람과 같이 살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최 전 판사가) 이제 많이 안정됐다. 종교에 많이 의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전 판사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최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법원·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6864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명동 사채왕’에게 금품수수 최민호 前 판사도 “돈 받았지만 청탁은 없었다”
입력 2015-03-13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