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은, 경기 부양 화답 정부와 ‘2차 쌍끌이’… 기준금리 사상 첫 1%대로 인하

입력 2015-03-13 02:34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1.75%로 낮추며 사상 초유의 1%대 금리 시대가 열렸다.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이 점점 지나가고 있지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기보다는 돈을 풀어 경기를 되살리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다. 시중에 돈을 풀어 원화가치를 낮춤으로써 연초부터 불고 있는 세계 각국의 통화전쟁에 낙오하지 않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이번 인하로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 1%대 기준금리를 경험하게 됐다. 그만큼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 시중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한은이 보조를 맞춘 모양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최근의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 성장세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를 환영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된 뒤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에 한은이 두 차례 금리 인하로 화답한 이후 두 번째 쌍끌이 부양책인 셈이다. 첫 번째 쌍끌이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반면 최악의 전세난 속에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초저금리가 겹치면서 가계부채가 유례없이 급증했다.

최근 정부는 경제 회생에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최우선 과제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을 통한 가계소비 촉진과 민간의 여유자금을 활용한 민간 투자사업 활성화를 꼽았다. 수요가 늘어야 공급도 활성화되고 경제 전체가 원활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가계와 기업이 각각 소비와 투자에 나서도록 쓸 돈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때문에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소비·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리 인하로 풀린 돈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묶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득과 실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와 국민의 소비가 미약한 원인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금리 인하로 풀린 돈은 실물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가고 가계부채만 심각해지고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이날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를 구성·운영해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