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수업이 진행돼야 할 낮 시간, 텅 빈 교실에는 가지런히 열을 맞춰 놓인 책상뿐이었다. 대학 도서관이라기엔 민망한 서재만한 방에는 테이블 하나에 의자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C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만이 단 한 명의 학생도 없는 휑한 캠퍼스를 채우고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서류상 등록만으로 학생비자(F-1)를 유지시켜주는 ‘가짜 대학교’를 세워 수백만 달러를 벌어온 한국계 운영자 일당이 11일(현지시간) 연방 당국의 단속에 적발됐다.
CNN 방송은 미 연방 대배심이 이민 사기와 자금세탁 및 기타 이민범죄 공모 등의 혐의로 한국계 심희선(51)씨와 스티브 문(39·한국명 문형찬)씨, 제이미 최(32·한국명 최은영)씨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연방 검찰은 이들이 LA의 코리아타운 인근에 이 같은 ‘서류상 학교’를 차려놓고 학생비자 발급을 원하는 한국인과 중국인 등 1500여명에게 한 학기 당 1800달러(약 200만원)가량의 수업료를 받아 매년 600만 달러(약 67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겨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세 곳의 학교들은 연방정부 허가를 받아 전일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 대해 입학허가서(I-20)를 발급해왔다. I-20은 등록생이 학생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들은 학생비자를 받게 되면 학업을 계속하는 동안 미국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체류 자격이 필요한 이들을 끌어모았다.
연방 검찰이 압수한 학교 등록자 명부에는 학생으로 보기 어려운 30∼50대가 많이 등록돼 있고 다수 재학생들의 실제 거주지는 LA가 아니라 네바다주, 텍사스주, 워싱턴주, 애리조나주 등이었다.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에 함께 건너온 ‘기러기 엄마’들이 미국 체류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과거에는 지역 내 칼리지(전문대학)에 등록하는 수법을 썼으나 최근 이 같은 형태의 ‘가짜 대학교’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 한국계 운영 ‘가짜 대학교’ 덜미
입력 2015-03-13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