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벤츠 여검사’ 사건의 장본인에게 무죄가 확정된 것은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지는 일이다. 대법원은 12일 내연관계 변호사로부터 특정 사건 수사를 담당 검사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이모 전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선 ‘대가성이 없다’며 무죄를 판결해 논란이 됐었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수긍해 내린 결론이겠지만 국민들은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당시 항소심은 피고인이 청탁 받은 시기가 2010년 9월인데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시점은 2년여 전이어서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벤츠 승용차를 ‘사랑의 정표’라고 부연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공직자 부정부패를 엄히 단죄해야 할 사법부가 법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판·검사들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체가 2년 전부터 금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훗날 청탁했다면 그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당장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민호 전 판사가 이날 첫 공판에서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 명목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럼 이 사건에서도 무죄를 선고할 것인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은 바로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등의 사건이 계기가 돼 탄생한 것이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공직자들의 금품수수를 처벌토록 함으로써 공직사회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만약 ‘벤츠 여검사’에 김영란법이 소급 적용된다면 벤츠 승용차,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시계, 모피 롱코트, 샤넬 핸드백, 골프채 등의 금품수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을 게다.
김영란법이 위헌 및 언론 탄압 악용 소지 등 몇 가지 논란이 있지만 공직자들의 검은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그 이전에 국회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시킨 부분은 시정하고 원안에서 후퇴한 부분은 다시 살리는 등의 보완작업이 필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사설] 이해하기 어려운 ‘벤츠 여검사’ 무죄 확정 판결
입력 2015-03-13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