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다툼 수준의 저질 종북논란에 국민만 피곤할 뿐

입력 2015-03-13 02:30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이후 여야의 종북 논란은 우리 정치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저질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피습 직후 이 난에서 지적했듯이 배후 세력 존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면 수사를 확대해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그 배후가 종북 세력이라면 그것대로 공안에서 다루면 된다.

그런데 여야의 종북 공방과 뒤이은 ‘고소전’은 감정 섞인 저질 말싸움과 얽히면서 창피한 수준으로 흐르고 있다. 이러니 삼류 정치, 삼류 정치인이란 욕을 먹는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범인 김기종씨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도움으로 국회에서 세미나를 가졌다는 이유로 종북 숙주 정당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 의원 5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종북 숙주에 대한 참회록’ ‘정신질환’ ‘막장 드라마’ 등 막말 공방을 벌였다.

이런 치졸한 여야 공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별 근거도 없이 종북으로 몰아친다거나, 정치를 사법적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 또다시 정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환멸을 느끼게 만든다. 여야가 다음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계산에 따른 저질스러운 공격을 해대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대다수 이성적인 유권자들에게는 저급한 싸움일 뿐이다.

정작 대사가 공격을 받은 미국은 이 사건을 차분히 바라보며 변함없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수준 이하의 종북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스럽게 보이겠는가. 여야는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정치적으로 대응할 일이 있으면 차분히 대처하면 된다. 일부 야권의 종북 세력에 대한 확고한 선긋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작금의 공방은 북한이나 종북 세력이 바라는 남남갈등의 극대화다. 북한 전략에 말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가 좀더 성숙되고 이성적이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