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란으로 한국군의 미국 무기 편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개 포대를 구축하는 데 1조원 이상이 드는 사드도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무기체계다.
록히드마틴은 보잉과 함께 세계 무기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로 현재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공군 전투기 F-16을 비롯해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의 전투지휘체계, 육군의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등 록히드마틴의 제품은 육·해·공군을 망라해 고루 분포돼 있다. 공군 주력기 F-15K와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기 ‘피스아이’ 역시 미국 보잉으로부터 도입한 무기다. 한반도를 미국산 무기들이 지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무기 구매국이다. 매년 발표되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무기 거래에 관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수년째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2013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8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입한 국가로 분류됐다. 오는 16일 발표될 2014년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10위 안에 들 것이 분명하다. SIPRI뿐만이 아니다. 국제적인 군사정보 분석업체 IHS가 지난 7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세계 7위 무기 수입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이 도입한 무기 가운데 미국산이 80%에 육박한다.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2009∼2013년 5년간 미국으로부터 약 38억2400만 달러(약 4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했다. 약 38억2500만 달러어치를 도입해 1위를 차지한 호주와는 불과 100만 달러 차이다.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인 셈이다. 이 기간 한국이 미국에 무기대금으로 지불한 돈은 미국 전체 무기판매 수익의 9.78%에 달한다. 영국이 미국 무기 구입에 지불한 액수는 3.77%에 불과하고 일본도 3.76%에 그쳤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임에도 미국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는 못했다. 미국은 무기 수출 시 동맹국의 등급에 따라 무기 구매 가격과 기술이전 조건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에야 나토(NATO)+3국(일본 호주 뉴질랜드) 수준으로 격상됐다.
한국이 이처럼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은 것은 한반도 방위가 한·미 연합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미군 무기들과의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무기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안보불안’이 상존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성능이 우수한 무기를 많이 도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제 무기 도입 국가의 다변화를 통해 미국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국가에 무기 도입이 편중돼 있는 것은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군사평론가 김병기씨는 12일 “해당 국가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에 따라 무기 도입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기술 종속이 심화돼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기 도입 시 협상 능력이 약해져 불필요하게 많은 액수를 지불하고 도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한국軍 무기체계 미국産 편중 심각] 미국産 무기가 지키는 한국
입력 2015-03-13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