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옛 동독보다 형편 안좋아… 한국 큰 부담”… 독일 기민당 카우더 원내대표 ‘한반도 통일 제언’

입력 2015-03-13 02:14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 원내대표인 볼커 카우더(65·사진) 의원은 한국교회에 통일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기도를 당부했다. 카우더 의원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원내대표직을 넘겨받은 유력 정치인으로 독일 연방의회 630명 의원 중 311명이 소속된 CDU를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카우더 의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을 방문한 오정현 서울 사랑의교회 목사 및 30여명의 성도들과 면담을 갖고 독일 및 한반도의 통일과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카우더 의원은 한반도 분단과 관련, “북한은 옛 동독보다 형편이 훨씬 더 어려운 데다 세계에서 기독교를 가장 심하게 박해하는 나라”라며 “핍박받는 북한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어 “통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통일을 소망하고 있지만 빨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독일처럼 한국에서도 기대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래도 통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카우더 의원은 통일이 현실적 문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독일 통일 후 1차 과제는 경제문제였다”면서 “통일 전 동독에선 개인적 경제활동이 제한됐고 통일 후 동독에 있던 국영기업들은 무너졌다. 옛 동독지역 실업률은 최대 30%에 육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많은 동독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동독지역엔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동독지역 경제가 천천히 회복되고 젊은 인력도 돌아오는 추세지만 동과 서의 격차는 여전히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우더 의원은 한국에 대해서도 “분명한 것은 통일이 됐을 때 경제적으로 매우 황폐한 땅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사실”이라며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은 공산정권 치하의 동독보다 좋지 않고 공산독재도 동독보다 더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이 되면 남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큰 난관에 부딪힐 것이며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면서 “통일 후 북쪽의 변화가 더딘 상황에서 인내하며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독일 통일 후 25년이 지났지만 독재정권의 잔재를 온전히 청산하지 못했다”면서 과거사 청산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공산독재 정권에서 권력을 누리며 가해자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부 교도소에 수용할 수는 없었다”면서 “정권에 긴밀히 협조했던 일부는 심판했지만 개인적 죄가 없는 경우 통일 후 공직 시스템 안으로 수용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과거 동독 인구 1700만명 가운데 100만명이 공무원이거나 공산당에서 적극 활동했는데, 그들은 아직도 좌파 쪽에 투표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통일 후 수십만 내지 수백만명이 한국의 민주주의나 신앙에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청년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통일 후 동독지역이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교회는 열악하고 예수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지역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공산정권이 40년간 통치하며 종교를 매우 위축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에서 종교생활을 배우지 못한 청년들에게 죽음 이후 영원한 삶을 알리고 신앙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독일이 선교 대상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카우더 의원은 “젊은이들이 기독교를 모르기 때문에 유럽 중앙에 위치한 독일도 아프리카처럼 선교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의 사명이 선교이기 때문에 젊은 청년들을 신앙으로 인도하기 위한 노력을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테러에 대해선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크리스천들은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선 성경책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우더 의원은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시리아 지역에서 기독교의 뿌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위해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대표 발제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2012년 방한했던 카우더 의원은 “내년쯤 사랑의교회 초청을 받아들여 한국을 재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 “핍박받는 기독교인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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