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水多, 함께 선물받은 ‘행복한 수다’

입력 2015-03-13 02:39 수정 2015-03-13 10:18
전남 보성군 복내면 주암댐실버대학의 웃음치료 프로그램에서 지난 6일 노인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환하게 웃고 있다. 실버대학은 댐 주변지역 맞춤형 노인 사회복지 서비스 사업의 하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1990년 이후 전국 댐 주변지역에 7243억원 규모의 주민 및 지역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2015년엔 77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떡 만들기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꿈꾸는 다문화농업학교’에서 꼬마 농부들이 자기 이름의 텃밭을 가꾸며 전문농업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K-water 봉사단원들이 전북 완주군 구이면 이분남 할머니(88)의 집을 수리하고 있다. 올해 15억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댐 주변지역 주거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이다
댐 주변의 물 많은 수다(水多) 지역이 행복한 수다로 온종일 시끌벅적하다.

“야∼ 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지난 6일 오전 전남 보성군 문덕면 복지회관 1층. 이른 아침부터 곱게 화장한 할머니들과 중절모를 지긋이 눌러쓴 할아버지 등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강사의 율동과 반주에 맞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5년 주암댐실버대학 개강식 풍경이다. 양영희(70) 할머니는 “평생 자식 키우느라 땅만 파고 살았는데 실버대학이 생겨서 친구들과 이것저것 배우다 보면 하루가 짧다. 청춘이 다시 꽃피는 기분”이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이현노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관리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댐 주변 지역 어르신들을 내 부모 섬기는 마음으로 잘 모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시대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인근 복내면 복지회관에서는 실버대학의 웃음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하하하! 좀 더 크게 웃어보세요.” 오늘 하루 마음껏 웃으면 1년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강사의 입담에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온 마을로 퍼져나간다. “어얼쑤! 쿵더쿵 쿵덕∼!” 승주읍 주암댐효나눔복지센터에선 전통악기를 배우는 어르신들이 장구소리와 북소리로 화답한다.

순천시와 보성군에 걸쳐 있는 주암댐 주변 9개 면은 지역주민의 45%가량이 노인층인 낙후 지역이었다. 하지만 댐이 들어선 뒤 지역을 위한 K-water의 나눔활동이 확대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직업의식 함양을 위해 올해 새롭게 시작한 ‘꿈꾸는 다문화농업학교’에선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우며 딸기 수확과 감자 캐기 체험에 분주하다. 저소득 취약계층 노인의 세탁지원 서비스를 위한 승주읍 지역사랑복지학교 내 ‘방울이 빨래방’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빵순이’ 역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때 댐 건설로 지역주민들이 고향을 잃고, 각종 규제로 불편을 겪으면서 마찰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K-water는 댐 건설에 따른 부정적 요소를 해소하고 댐 주변 지역의 경제 및 생활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90년부터 매년 전전년도 발전 판매수익금과 생활 및 공업용수 판매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지원 사업비로 출연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출연 비율을 각각 6%, 20%로 높였다.

댐 주변지역 지원 사업은 지역 소득증대, 생활기반 조성 등을 위한 지역지원 사업과 주민생활 지원, 육영(育英)을 위한 주민지원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2015년 현재 K-water가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댐은 총 26개이며 전국 5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역점을 두는 사업은 노인복지 사업과 미래세대에 대한 육영 사업이다. K-water는 2006년 합천댐을 시작으로 현재 8개 다목적댐 지역에서 총 8개의 효나눔복지센터를 운영 중이다. 육영 사업으로는 댐 주변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기자재 및 학교급식 시설 지원, 원어민 영어교육 실시 등 학습 환경 조성과 함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K-water 최계운 사장은 “댐 주변지역 지원 사업을 지역주민의 눈높이에 맞춰 시행함으로써 지역과 주민이 함께 성장하고 그 효과가 미래세대에까지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20년을 넘어 청년기를 맞은 댐 주변지역 지원 사업이 상생 발전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순천·보성=사진·글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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