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에서 미국 무기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공군이다. 공군 무기 전문가 권재상 예비역 공군대령은 12일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의 98%가 미국산”이라며 “공군 작전이 가장 긴밀하게 한·미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분야이고 공중 작전에서 요구되는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군 무기와의 운용 호환성과 기술력이 공군이 미국 무기를 선호하는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공군의 훈련 및 교육체계가 미군과 유사한 것도 공군의 미국 무기 선호와 무관치 않다.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400여대의 전투기 가운데 주력인 F-15K는 미국 보잉 제품이며 F-15K 이전에 공군 주력기 역할을 했던 F-16도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했다. 구형 전투기 F-4 팬텀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공급했고 F-5는 미국 노스롭그루먼 제품이다. 한국항공우주(KAI)가 개발한 경공격기 FA-50이 F-5를 대체해 전력화되고 있지만 핵심 체계는 록히드마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2011년 도입돼 실전 배치된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보잉 제품이고, 북한 지역 정보를 수집하는 호커 RC-800 금강·백두정찰기는 미국 호커비치크래프트사 제품이다. 2018년쯤 도입될 예정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지상 20㎞에서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정찰기인데 이 역시 노스롭그루먼 제품이다.
병력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전술 수송기도 미국 제품이다. C-130J-130, 완전 무장한 병력 64명과 4만3000파운드의 화물을 실을 수 있고 주야간·전천후 전술 공수 작전이 가능한, 한국 공군이 보유한 가장 큰 항공기 C-130H-30 허큘리스 수송기는 록히드마틴 제품이다.
항공기뿐만이 아니다. 전투기에 장착되는 유도무기도 대부분 미국산이다. F-15K와 KF-16에 장착되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AIM-120B/C 암람과 AIM-7E/M 스패로 미사일, 공대지미사일 AGM-65 매버릭은 미국 레이시온이 만든 것이다. 공대지 순항미사일인 슬램-ER과 합동정밀직격탄(JDAM)은 보잉사가 만든 미사일이다. 방공기지들에 배치된 레이더도 대부분 미국산이다.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비(非)미국산 무기들은 미국이 보유하지 않고 있거나 한국에 팔지 않겠다고 해 도입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과 스웨덴이 공동 제작한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타우러스’ 도입이다. 군은 수백㎞ 떨어져 있는 적 종심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 F-15K 장착용으로 미국의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재즘(JASSM) 도입을 추진했다. 미국은 핀란드에는 판매했지만 한국에는 팔지 않겠다고 결정해 공군은 결국 유럽산 미사일을 도입키로 했다.
공군도 ‘미국 무기 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했었다. 2002년 차기전투기 도입 사업을 놓고 보잉의 F-15K와 프랑스 다소의 라팔,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러시아의 수호이-35가 각축을 벌였을 때 공군은 라팔의 우수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당시 한국 시장을 뚫어야만 해외 판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던 라팔은 기술이전 조건도 후하게 제시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공군은 라팔 구매 의사를 밝히고 대신 미사일 등 무장은 미국산으로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거절했다. 무장이 없는 전투기는 효용성이 없다. 작전 수행을 위해 한·미 공군 간 핵심적인 데이터가 공유돼야 하지만 라팔을 도입할 경우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연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986년 도입됐던 영국제 훈련기 T-59는 10년은 더 쓸 수 있었음에도 2013년 퇴역했다. 날개 개조 비용으로 영국 측이 상당히 높은 가격을 요구했고 절차도 까다로워 개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군 관계자는 “무기 도입은 단순히 사오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다”며 “작전 운용과 후속 군수지원, 교육체계 등 다양한 사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인 면에서 미국 무기가 성능과 후속 지원에서 앞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군 무기를 독점한 미국의 횡포도 적지는 않다. 2011년 공군은 F-15K의 센서인 타이거아이 봉인 문제로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훔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굴욕적인 일을 당하기도 했다. 하자가 있는 부품들을 수리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기도 한다. 도입계약 시 약속했던 기술 이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군도 무기 도입처를 다변화해 한국 무기 시장을 자신들의 텃밭처럼 여기는 미국의 의식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한국軍 무기체계 미국産 편중 심각] ‘Made in USA’가 98%… 유럽 ‘한·미동맹 벽’ 못넘어
입력 2015-03-13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