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13-2014시즌 최악의 성적을 냈다. 월드컵 시리즈를 통틀어 금메달 2개를 따는데 그치더니 결국 지난 2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3관왕에 오르자 남자 대표팀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남자 대표팀은 6차례 월드컵 대회 가운데 주전들이 일부 빠졌던 6차 대회에서 금메달 1개를 딴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5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수확했다. 세계 최강의 위용을 되찾은 것이다. 그 부활의 주역은 매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종합랭킹 1위를 차지한 신다운(22)이다. 올 월드컵 시리즈에서 국내·외 남녀 선수 통틀어 대회마다 개인종목 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지난 8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신다운은 “소치올림픽 때의 쓰라린 경험이 큰 자극제가 됐다. 당시 저를 비롯해 남자 대표팀에 쏟아진 비난은 상처로 남았지만, 선수라면 한번은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을 앞두고 하체 위주의 근지구력 훈련을 열심히 한 것이 좋은 성적의 토대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다운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종합우승을 하며 에이스로 등장했다. 원래 대표팀 계주 멤버였으나 선배 곽윤기가 부상을 당하면서 개인종목 출전 기회를 얻었다. 주 종목 1500m에서 1위를 한데 이어 1000m에서도 앞선 선수들이 엉키며 넘어지는 바람에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000m 파이널에서는 2위에 올랐다. 그는 “솔직히 당시 주어진 에이스 역할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지금은 그때보다 가량과 마음가짐이 성장한 만큼 에이스의 무게를 조금은 견딜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김기훈→채지훈→김동성→안현수로 이어지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계보와 견줄 때 신다운은 아직 압도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선수들이 전통적으로 약세였던 500m를 제외하더라도, 그의 1000m 성적은 들쭉날쭉하다. 신다운은 “요즘 타고난 신체조건에 한국식 훈련 방법과 기술을 익힌 외국 선수들이 앞줄에 서서 추월을 막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몸싸움이 심하다”며 “앞으로 상체 훈련을 강화해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13일부터 15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올 시즌 마지막 국제대회다. 2년만의 종합우승을 노리는 신다운의 최대 라이벌은 지난해 우승자 안현수가 될 전망이다. 큰 대회에 강한데다 러시아 국민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게 될 안현수는 힘든 상대임에 틀림없다. 신다운은 지난달 월드컵 시리즈 6차 대회 1000m에서는 안현수를 막판에 제치고 우승한 바 있다.
그는 “현수형은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에겐 극복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쇼트트랙 역사를 통틀어도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시합에서 멋진 경쟁을 벌여 그를 당당히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男 쇼트트랙 신다운] 빅토르 안 넘어 최고 되겠다
입력 2015-03-13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