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원의 소설 ‘왕조의 제단’은 출세와 죽음이 급작스러웠던 개혁정치가 조광조(1482∼1519)가 주인공이다. 훈구파와 사림파, 그리고 국왕인 중종 간의 갈등이 소설에서 생생하다. 권력과 지식인과 언관이 벌이는 삼각관계가 낱낱이 묘사되었다. 시공을 초월한 정치권력의 속성을 대사 하나가 잘 보여준다. “나랏일이 이치대로만 된답니까?” “중전 말이 옳소. 내 그걸 가르쳐줄 참이오.” 정권에 참여한 지식인이 강력한 개혁을 주장하자 중종이 단호하게 한 말이다.
소설가 서기원(1930∼2005)은 국무총리 공보비서관과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하며 직접 목격한 권력의 속성을 500년 전의 역사에 빗대어 표현했다. 결국 도학정치를 주장한 조광조는 새 판을 벌이기 위한 속죄양이 되고 모질었던 사화로 사림파가 몰락한다. 그는 37세에 유배지 능주에서 사약을 받았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조광조의 묘 인근에 심곡서원이 있다. 효종 때 후학이 그를 기려서 세운 서원이다. 사당과 재실 그리고 강당과 장서각은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도 훼철되지 않고 옛 모습을 지키고 있다. 외삼문과 내삼문을 거쳐 들어가는 분위기가 안온하다. 문화재청은 500년 된 느티나무가 지키는 이 서원을 지난 1월 사적 530호로 지정했다. 오는 4월 1일 향사를 지낸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심곡서원과 조광조 개혁정치
입력 2015-03-1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