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380조원 경기부양 승인… 그리스 악재 이겨낼까

입력 2015-03-12 03:24 수정 2015-03-12 18:26

최근 몇 년간 투자 위축과 실업률 증가 등 경기침체를 겪어 온 유럽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에 이어 3150억 유로(약 380조원)의 재정을 쏟아붓기로 했다. 유로존 경제 악화를 증폭시킨 그리스는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서 헤매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 28개국 재무장관들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315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역내 인프라 건설과 일자리 창출 등 구체적인 투자 및 자금 계획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EU는 광대역 통신망과 에너지, 교통 등의 인프라 구축과 연구 분야에 투자를 촉진해 역내 1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기금 마련을 위해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80억 유로, 스페인은 15억 유로 출연을 약속했다. 민자 유치를 위해 가칭 유럽전략투자펀드(EFSI)도 설립하기로 했다. 이번 계획은 유럽의회의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2008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위기 이후 EU 역내의 투자가 15∼20% 감소했다”면서 “이 같은 계획은 유럽 경제가 투자 부족에서 벗어나기 위한 긴급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9월까지 월 600억 유로(약 72조3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작하면서 유로존 국가 채권금리와 유로화 가치는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유로당 달러 가격은 지난 연말 1.23달러 수준에서 1.05달러(11일 오전 기준)까지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국채 매입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최근 12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면서 “‘패리티(parity·1유로=1달러)’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리스는 여전히 유럽 경제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유로존은 지난달 그리스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연장하고 다음 달 72억 유로의 추가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는 이날 이달치 공무원 봉급과 연금 지급을 위해 각종 사회보장기금이 20억 유로의 현금을 중앙은행으로 이전토록 요구하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그리스 실업수당 관리기금인 OAED의 테오도로스 암바츠로글루 이사장은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및 투자 손실 가능성을 고려하면 자금 이전은 너무 위험하다. 우리 이사회는 범죄 혐의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반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