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담 복원 필요성 공감

입력 2015-03-12 03:02 수정 2015-03-12 18:22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가운데)와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오른쪽),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10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를 갖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동희 기자
과거사 및 영토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한·중·일이 10개월 만에 고위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달 하순 열릴 예정인 3국 외교장관회의의 전초전 성격이었지만 한·중·일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였다.

우리 측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등은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0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에서 3국 간 협력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세 사람은 자연스레 목전에 닥친 3국 외교장관회의의 의제뿐 아니라 3국 정상회담 재개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차관급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외교장관회의를 거쳐 ‘한·중·일 정상회의’로 가기 위한 ‘첫 단추 꿰기’로 여겨진다.

이 차관보는 모두발언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동북아 정세 속에서도 3국 협력이 필연적으로 복원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면 정체됐던 3국 협력에 추동력을 불어넣고 역내 신뢰구축과 공동발전의 기반을 다시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 부부장은 “이런 진전은 쉽게 오지 않은 것으로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고 화답했다.

스기야마 심의관은 아예 “외교장관회의 이후 3국 최고위급 레벨(정상회담)이 뒤따르길 희망한다”며 3국 정상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는 21∼22일 열릴 것으로 전해진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일은 3국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우리 측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왜곡 발언 수위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한·중과 멀어진 정치·경제·외교적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동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갈등을 일으켜온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다소 진전된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3개국이 모두 정상회담 복원 필요성을 상당히 공감했다”며 “정상회담을 가는 방향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장관회의에서 중·일 사이의 중재자 역할도 할 전망이다. 한·중·일 협력사무국 설치 당시의 취지를 살리면서 과거사와 영토 문제는 양자 협의로 풀어가자는 형태의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은 2008년 정상회담 연례화에 합의한 뒤 3국 협력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했으며, 2012년까지 매년 정상회담을 열어 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우경화 행보가 본격화되자 한·중이 반발하며 2013년과 지난해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한편 정부는 3국 고위급 회의에 앞서 한·중, 한·일 대표 간 양자 협의도 각각 진행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