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vs 부정… 黨·靑 ‘사드 갈등’ 터지나

입력 2015-03-12 03:01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 문제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당청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와 청와대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 공론화’에 나서자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원내지도부의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사드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라고 밝혔다. 이어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공식 요청이 없었던 만큼 협의와 결정도 없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국방부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만큼 사드 한국 배치는 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도움은 된다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사드 구매 계획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15일로 예정된 당정청 회의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말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유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가 정치적 소신이다. 공론화 배경에는 청와대·정부의 일방 통보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당을 이끌지는 않겠다는 유 원내대표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도 해석됐다.

유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하거나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의견 집약이 되면 정부에 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청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미 공론화된 이슈인 데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만 논의됐기 때문에 의총에서 여러 다른 이슈와 묶어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내 의견이 모아질지는 미지수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사드 한국 배치에 적극적이지만 친박계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병국 의원은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사드 한국 배치를 전제로 교섭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반발이 있으면 북한에 핵무기 폐기를 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라고 중국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최고위원과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로 내정된 윤상현 의원은 공론화에 반대했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사드 배치 문제를 공공연하게 논의할 경우 한·미, 한·중 관계 모두에서 외교적으로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정부와 같은 입장이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사드는 공개적으로 논의해서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중론에 힘을 실어줬다. 당 지도부가 사드 공론화를 밀어붙일 경우 청와대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