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기업만 꿈꾸냐고 하는데… 그런 말은 폭력처럼 느껴집니다” 청년들, 이기권 고용장관 만나 하소연

입력 2015-03-12 03:01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1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열린 ‘청년고용 문제, 청년과 함께 길을 만든다’ 간담회에 참석해 청년 취업난의 현실에 대해 청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동희 기자

“지금 우리는 무척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조금만 뒤처져도 더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저희 나름 치열하게 살고 치열하게 애쓰는데 눈높이를 낮춰라, 왜 대기업만 꿈꾸냐는 (어른들의) 얘기는 폭력처럼 느껴집니다.”(취업준비생)

청년 취업난의 중심에 있는 청년대학생, 취준생들은 분노하기보다는 힘겨워하고 있었다. 1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열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하는 청년 간담회’에서 이 장관을 만난 청년들은 답답한 현실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진지한 질문과 의견 제시가 이어지면서 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30분 이상 넘겨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청년들이 장관에게 토로한 취업난의 현실은 생각보다 암담했다. 지방대 4학년생인 참석자는 “10명 중 1명 정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한다”면서 “임금(마지노선)은 현실적으로 남학생은 2600만∼3000만원, 여학생은 2000만∼2500만원 정도만 받아도 좋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청년이 미래다’라는 정부와 기성세대의 외침이 오히려 상처가 된다는 호소가 많았다. 이 장관이 “장기적으로 보면 중소·중견기업에서 폭넓게 경험하는 것이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한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나현덕 전국대학총연합회장은 “젊은이들 사이에 ‘이케아(IKEA) 세대’라는 말이 있다. 고품질에 저렴한 가격인 이케아 가구 같아졌다는 얘기”라면서 “어른들이 청년들이 미래라고 하시지만 동시에 눈높이가 높다는 얘기들을 하신다. 이런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한 참석자도 “뒤처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우리 사회에 부족하고 그러니까 사회 전체가 불안하다”면서 “그래서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공무원, 대기업에 매달리는 우리의 상황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당장 취업 문턱에 걸려 있는 참석자들은 정부의 ‘능력중심사회’ 트렌드에 따라 갑자기 ‘스펙을 보지 않겠다’는 기업 채용 방식을 성토했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한 여대생은 “지금껏 토익, 자격증, 연수 등 과거 기준에 맞춰 다 준비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자기 자기소개서 중심으로 가게 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도 결국은 또 준비해야 하는 다른 스펙이 됐을 뿐”이라며 “근본적으로 취업문이 넓어지지 않으면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청년들의 지적에 “NCS 도입의 목적은 적재적소에 맞게 취업을 준비하고, 인력을 뽑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청년 고용 해결을 위해서는 아주 많은 부분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우선 범정부 과제로 생각하고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